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브로맨스 빛난 <열혈사제> (3월 1일 방송)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근래 영화, 드라마 통틀어 최고의 찰떡궁합을 꼽으라면 SBS <열혈사제>의 김해일(김남길)-구대영(김성균) 브로맨스다. 물론 절대로 훈훈하진 않다. 본디 브로맨스란 로맨스 못지않게 달달하고 훈훈한 남자들의 분위기를 일컫지만, <열혈사제>의 김해일과 구대영은 톰과 제리 저리가라 할 정도의 앙숙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욱하는 신부님과 어리바리한 강력반 형사의 공조 수사라니, 어딘가 언밸런스한 게 아주 흥미진진하다. 분노할 땐 분노하는 게 맞다는 신부님과, 좋은 게 좋다고 얇고 길게 살길 원하는 형사. 인성 좋은 신부님의 의문사 사건을 공동 수사하기로 한 김해일과 구대영은 각 직업군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벗어나면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구대영 형사는 “내가 형사고 내가 수사를 하는 겁니다. 신부님은 그냥 관찰자”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일개 시청자가 봐도 형사는 김해일이고 수사도 김해일이 할 것만 같다. 구대영은 그냥 조수에 운전기사 정도랄까.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둘의 케미는 경찰서든 설렁탕집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발한다. 더치페이하자는 구대영의 말을 무시하고 신용카드 대신 자기 이 쑤시던 이쑤시개를 건네고 먹튀하질 않나,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먼저 화해 요청하는 구대영에게 “개기냐?”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이라니. 술에 취해 용기를 내서 “내가 충고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라는 구대영의 조심스러운 선방에 “하세요. 어차피 안 들을 거니까”라고 스파이크 날리는 김해일. 브로맨스 케미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특히 김남길의 코믹 연기는 단단히 물이 올랐다. 멀쩡할 때는 현직 강력반 형사에게 “너 주댕이 닫으라고 했다”라고 버럭하는 분노조절장애 성직자지만, 만취해서는 뜨거운 왕만두 호호 불어 공손하게 간장 찍어서 신부님, 수녀님에게 나눠주는 애교 장인이다. 능글맞은데 그 안에 카리스마까지 있고 말발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해일 신부의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분명 공조 ‘수사’인데 그 흔한 액션도 없고 심장 쫄깃한 심문도 없지만, 두 남자의 핑퐁 같은 대화만으로도 드라마의 시간은 ‘순삭’으로 흐르고 있다.

이 주의 Worst: 마음은 앞섰는데 결국은 또 가족 예능 <모던 패밀리> (3월 1일 방송)

MBN 예능프로그램 <모던 패밀리>

1인 가족 백일섭, 4인 가족 류진, 2인 가족 사강과 론. MBN <모던 패밀리>는 가족 수를 다르게 해서 각각의 가족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가족 예능을 의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동상이몽2>이 보여주는 ‘자상한 신혼부부’와 <살림하는 남자들>이 애초에 의도했던 ‘철없는 남자들’을 섞어 이도 저도 아닌, 결국은 그냥 연예인 가족 예능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백일섭은 이미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졸혼남으로 소비된 바 있다.

<모던 패밀리>는 백일섭을 통해 1인 가족 라이프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2회에서는 아들 부부, 쌍둥이 손주들과 함께 여행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은 육아 예능인데 그것도 제대로 된 육아도 아니고 관전하는 ‘입육아’에 불과했다. 쌍둥이 육아로 정신없는 아들 부부 사이에서 한 번도 식탁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은 백일섭. 제작진은 “여행 와서도 혼밥”이라며 억지로 1인 가족 프레임에 끼워 맞추기 급급했다.

류진의 캐릭터는 두 아들보다 더 철없는 남편이었다. 아내가 외출한 동안 드론을 조립했으면서 “여보 나 이제 쉬어야 돼. 당신은 뭐가 그렇게 바빠?”라며 눈치 없이 간식 준비하는 아내를 타박만 했다. 드론을 조립하다가 아내가 사온 떡볶이를 먹고 아내가 운전해 준 차를 타고 마트에 갔다가 다시 집에 와서는 드론 삼매경에 빠졌다. 심지어 아내에게 중고 직거래 아바타 노릇까지 시켰다.

MBN 예능프로그램 <모던 패밀리>

아들과 며느리가 쌍둥이 손주를 돌보느라 동분서주할 동안 의자에서 엉덩이 한 번 안 뗀 시아버지, 집에서 드론 조립해서 날리느라 정신없는 철없는 남편, 장모님과 한 침대에서 자는 다정한 사위. 육아 초보 할아버지, 철없는 남편, 자상한 남편 등 <모던 패밀리>는 남편 캐릭터 만들기에 급급했지, 1인 가족, 4인 가족, 2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물론 남편 캐릭터들은 2회 만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만큼 안정적인 구도로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너무 억지로 남편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편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아내의 희생, 며느리의 희생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그 흔한 식사조차 아내, 며느리의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백일섭의 며느리는 낯선 여행지에 와서 쌍둥이 육아는 물론 시아버지 떡국까지 대접했다. “오늘은 가만히 있어라”는 시아버지의 배려는 말에만 불과했을 뿐, 결국 모든 건 며느리의 몫이었고 아들도 거들 뿐이었다. 결국 <모던 패밀리>는 아내, 며느리의 희생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어진 남자들의 캐릭터를 통해 ‘모던 패밀리’가 아니라 ‘조선시대 패밀리’를 보여주는 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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