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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특집다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절실한 백년지대계, 교육개혁의 절대요건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3.01 22:44

새 술은 새 부대에. 이 말만큼 한 사회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설명해줄 말이 있을까? '백년지대계'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교육은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생산해주는 인력풀로 요구되어 왔다. 유학자들이 모여 이상적 군주 체제를 지향했던 조선사회는 그러기에 '과거'라는 학문의 능수능란한 익힘 정도를 관리의 요건으로 삼았다. 수출과 개발 입국을 내세웠던 지난 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그 산업의 역군을 담당할 '기술'과 '기능'을 잘 익히고 숙달한 지식인들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 '잘 알고 익힌 지식'이 필요치 않다면?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지금까지 인간이 수행했던 '지적으로 숙련된 영역'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화된 기계들이 대신할 것이라는 것은 이제 자명해지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우스개로 시작했지만 이제 체감이 되고 있는 사라질 인간의 직업들이 회자되고 있다. 과연 지금까지 사람들이 책임지던 일을 일군의 AI들에게 넘기고 만다면, 다음 세대에게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에 요구한다. 그리고 그 답을 구하기 위해 각국은 저마다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집으로 마련된 <EBS 다큐- 교육개혁, 성공의 조건>은 바로 이에 대한 모색이다. 

일본 교육의 20년 대계 

EBS1 <특집다큐> ‘교육개혁, 성공의 조건 : 새로운 거버넌스의 탄생’ 편

이제 중학생이 된 히로토는 카이세이 중학교에 다닌다. 학교수업을 마친 그는 집에 돌아와 여유롭게 엄마와 식사를 한다.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식으로 공부하던 형이 중학교에 다닐 때는 생각할 수 없는 일상이다. 

카이세이 중학교의 오전 수업, 히로토가 속한 조는 일본과 외국의 의료제도를 비교하여 파워포인트로 작성하는 중이다. 그런데 같은 반 다른 조는 다른 주제에 대해 토론 중이다. 사회 시간, 함께 사는 세상이란 주제를 놓고 아이들이 정보화 시대와 복제양 돌리 등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을 하는 '탐구식 수업'을 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접하고 다양한 테마와 문화를 발견하는데, 교사 중심의 설명식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가 두드러진다. 

일본은 2001년 일찍이 문부 과학성의 조직을 개편하며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수용하여 교육정책의 방향을 수정했다. 20년을 준비해온 정책은 2018년 문부성 교육개혁안으로 결실을 맺었다. 입시에서 객관식 문항을 없애고 논술, 서술형 시험을 확대했다.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일본 교육이 선택한 건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중심의 '탐구식 수업'이다. '덜 가르치고 더 학습하자'는 모토의 새로운 교육 방식, 스스로 생각하고 학생들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이 새로운 방식에 맞춰 2020년 수능제를 폐지할 예정이다. 

핀란드의 일관된 교육개혁 

EBS1 <특집다큐> ‘교육개혁, 성공의 조건 : 새로운 거버넌스의 탄생’ 편

지금이야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통하는 핀란드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그저 유럽의 변방 국가 중 한 나라에 불과했다. 국민들 대다수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처지였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모든 국민이 평등한 교육을 받는 교육개혁을 실시했다. 물론 이런 개혁에 대한 저항은 거셌다. 하지만 그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교육개혁 정책은 2000년대 국제 학업성취도에서 핀란드를 당당하게 1위로 만들었고, 이러한 교육정책의 변화는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의 대열에 당당하게 한 몫을 하는 핀란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대를 선도한 교육정책에 핀란드 국민들은 신뢰도 80%로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핀란드 교실, 학생들의 책상 모양은 5각형이다. 각자의 학습도 중요하지만, 언제든 모여 앉아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상. 종교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은 지금까지 역사를 배우는 일반적 방식이던 시대순 대신, 종교 성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알아간다. 선생님의 역할도 다르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전달자에서 학생들 스스로 사실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자'로 역할이 변화했다. 대신 방과 후 보다 나은 커리큘럼과 접근 방식을 위한 연구자로서의 부담은 커졌다. 

이렇게 변화된 핀란드 교육의 주역은 행정부에서 독립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정당의 정치적 결정에서 배제된 교육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국가교육위원회, 거기에 교사들은 개혁 대상자가 아니라 현장 지휘자이자 동반자 그리고 전문가로 개혁 과정의 주체가 된다. 또 빠질 수 없는 주체로 학생이 있다. 요리학교를 다니는 엠마는 현재 휴학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이사가 되어 각 실업학교를 찾아다니며 자신과 같은 실업계 학생은 물론,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분주하다. 성적평가방법이 3단계에서 5단계로 바뀌는 등 현장의 목소리가 학생 이사를 통해 반영되었다.

학생, 선생을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16명의 이사진은 정치적 환경에서 자유롭게 교육 현장을 반영하여 교육목표를 수립하고 과정을 설계하며, 그 내용을 이행하는 교육 전반의 과정을 책임진다. 

프랑스의 새 바칼로레아 

EBS1 <특집다큐> ‘교육개혁, 성공의 조건 : 새로운 거버넌스의 탄생’ 편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논술시험의 전형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바칼로레아를 통과해도 대학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 입학생의 26%만 졸업장을 받는 게 프랑스 교육의 현실이 되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2013년 교육과정 최고심의위원회를 꾸렸다. 이 위원회는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41개의 새로운 과정을 설계하고 이의 실행을 자문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비난과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6년간의 과정을 거쳤다. 

일본, 핀란드, 프랑스 등 각국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교육개혁 정책을 실시했다. 이들 나라 교육개혁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초점이 맞춰진다. 그 첫 번째는 지금까지의 입시 위주의 암기식 지식, 그리고 그에 기반 한 설명식 수업을 지양한단 점이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새로운 정책과 교육방식을 입안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김영삼 정부에서 수능체제가 도입된 이래 크고 작은 교육정책의 변화가 19번이나 이루어져왔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교육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가 십상이다. 교육개혁의 '개'자가 나와도 사람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오죽하면, 지난해 교육제도공론화 과정에서 시대적 흐름에 위배되는 듯한 정시확대, 수능 절대평가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을까. 

쉽지 않은 교육개혁의 현실 

EBS1 <특집다큐> ‘교육개혁, 성공의 조건 : 새로운 거버넌스의 탄생’ 편

이는 그간 새로운 시대에 부응한다는 개혁이 오늘날 우리 교육시장에서 보여지듯, 잘사는 학생들이 대학에 잘 가는 온갖 편법적 제도를 양산해놓은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입수시의 다양한 제도들이 애초 취지인 다양한 교육기회가 아니라 이른바 자사고, 외고 등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입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제도가 되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 결과 우리의 고교 학교교육은 서열 체제가 되었다. 사람들이 보이는 교육개혁에 대한 반발은 이러한 결과물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럼에도 세계적, 시대적 변화는 다시 우리 사회에 교육개혁을 요구한다. 과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육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이에 다큐는 '백년지대계'를 내세운다. 실제 국가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진경 씨 역시 조급하기보다는 100년을 갈 수 있는 교육적 합의를 최선의 요건으로 든다. 또한 이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절대적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일본 카이세이 중학교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학교의 새로운 교육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는 좋은 학습 방법이지만, 대입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갸웃거린다. 프랑스의 새로운 교육 정책은 마크롱 정부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과 함께 학생, 교사들로 하여금 정부에 반대하는 노란조끼를 입는 시위 대열에 합류케 했다. 

또한 핀란드처럼 정부의 기부와 독자적인 기구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는 취지와 달리 위원회 위원을 뽑는 과정에서 정치적 성향의 배제 여부에 대한 회의적 의견이 대두된 가운데, 교육부와 상치된 조직이 되지 않을까란 우려도 등장한다. 이런 가운데 연내 출범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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