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G20 홍보 포스터 10여 장에 낙서한 혐의로 모 대학 강사 박모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박 씨는 대학생 박모 씨와 함께 지난달 31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주변에 붙어 있던 G20 홍보 포스터 10여 장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쥐 그림을 그렸다
경찰이 'G20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대학 강사 박모 씨 등 5명의 배후에 인문학 연구 공동체 '수유+너머'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16일자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이들 5명이 연구모임 ‘수유+너머’에서 세미나를 듣고 함께 공부하다가 이 같은 일을 공모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을 소환 조사 하는 과정에서 "수유+너머란 어떤 곳인가", "회원제 등 자격조건이 있나", "누가 주도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나", "세미나를 듣는 돈은 어디에 내는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또한 일반적 재물손괴 사범인 이들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한 것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도 떨떠름해하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관례대로라면 훈방하거나 약식기소해 벌금형에 처했어야 하는데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범죄, 정치·선거사범 등을 다루는 공안부'에서 직접 구속 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씨의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이 박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전화번호부를 뒤졌다면서 "검경이 평소 주목하고 있던 주요 공안사범 용의자들이 나오는지 보려는 수사”라고 비판했다. 평범한 시민에 불과한 이들이 벌인 해프닝을 검경이 공안사건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낙서를 두고 ‘막걸리 국보’를 되살린다'는 제목의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적 소양부족이라고 보기에 구속영장은 과해도 너무 과하다'며 '조직사건을 만들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웃자고 한 일에 검찰이 죽자고 달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경찰 수사 자체에 대한 '조롱'으로 번지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사이트를 중심으로 경찰의 수사를 힐난하는 글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옛버릇 또 나오네~~아예 남한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간첩단사건이라고 발표하세요"라며 공안 당국의 퇴행을 비웃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80년대가 우스꽝스러우면서 무섭게 재현되고 있다"며 일련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이번 사건을 연관 짓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검찰에게 '고맙다'"는 반응이다. 경찰이 공부 좋아하는 학자들을 투사로 만들고 연구 집단인 수유 너머를 진짜 띄워주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가 한 마디로 "알음다운 국격"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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