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근대문화지구인 인천 중구 선린동 일대 러시아영사관 터와 관련해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두고 맞섰던 부지 소유주와 시민단체 대표가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됐다. 건축허가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는 부지 소유주는 인천중구문화원장에 선임됐고, 건축허가를 반대했던 시민단체 대표는 인천중구문화원 산하 (구)제물포구락부 관장에 채용됐다.

지난 달 박봉주 전 바르게살기운동 인천시중구협의회(관변단체) 회장은 제5대 인천중구문화원장에 취임했다. 같은 시기 인천중구문화원은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를 산하기관인 (구)제물포구락부 관장에 채용했다. 박 원장을 포함한 중구문화원 심사위원들이 이 대표를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인물은 인천 중구 선린동 일대 러시아영사관 터 인근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두고 대척점에 섰던 바 있다.

인천시는 2007년부터 제물포구락부를 운영해왔던 인천문화원연합회와의 위탁계약을 지난해 종료하고, 올해 1월부터 제물포구락부의 운영을 1년 단기 위탁계약으로 중구문화원에 맡겼다. 이 관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인터넷매체 '인천in'의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박봉주 신임 인천 중구문화원장 취임식 (사진=인천 중구)

인천 중구는 2016년 12월 해당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로 건축 허가를 내줬다. 또한 지난해 지방선거 하루 전 날 지하 4층과 지상 26~29층 규모로 특혜성 설계 변경 승인을 내줬다.

박봉주 원장은 건축허가 당시 해당 부지 소유주로서 중구청의 특혜성 설계변경으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피스텔 부지는 당시 박 원장, 김홍섭 전 구청장의 친인척 A씨, 중소기업중앙회 인천회장 등 3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2014년 10월 해당 부지를 53억원에 사들여 허가 직후인 지난해 7월 130억원에 현재 개발 사업자에게 되팔았다. 건축 허가만 받고 땅을 매각한 셈이다.

부지 인근은 개항기 근대건축물 밀집지역으로서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주변 건축물의 높이를 5층 이하로 제한해야 하는 지역이다. 6층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높이 제한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중구는 별다른 검토 없이 건축허가와 설계변경 승인을 내준 사실이 인천시 감사 결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일었다. 역사문화미관지구에 석연치 않은 고층 오피스텔 건축사업이 진행된 데 대한 시민사회 비판이 일었던 것이다. 이희환 대표가 속한 시민단체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도 최근까지 성명 등을 통해 인천시 차원의 감사를 촉구해왔다. 이 관장이 대표를 역임했던 인터넷매체 '인천in' 역시 이 사안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인천 중구 선린동 고층 오피스텔 위치도 (연합뉴스, 인천시 제공)

인천중구문화원은 인천시와 인천중구청으로부터 매년 1억 7천여만 원을 지원받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지방문화원 진흥법에 따라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박 원장은 선린동 오피스텔 건축 부지 시세차익 의혹의 당사자이지만, 중구문화원장은 문화원 회원들이 선출하기 때문에 인천시나 중구는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밝힐 입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구문화원 측은 공개채용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격자를 채용했을 뿐이라며 공과사를 엄격히 분리해 이 관장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희환 관장은 지난달 2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성명서를 냈던 건 인천시와 중구청의 행정에 대해 바로 잡으라고 촉구를 한 것이고, 토지 소유자들에 대해서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이라며 "(제물포구락부에)취업을 한 건 제가 인천 역사에 대해 글도 쓰고, 개인적인 생활 문제 등으로 취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6일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29층 높이의 선린동 오피스텔 사업은 인천시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다. 인천 중구는 지난해 12월 개발 사업자가 지난달 1일 낸 중구 선린동의 지하 4층 지상 29층 높이인 오피스텔 분양 신고를 2개월 만에 수리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구도심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제물포구락부를 카페와 세계맥주 판매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문화재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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