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앞서 다양한 말들이 있었습니다. 홍명보호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비교적 차분하게 경기를 대비했지만 중국은 "공한증이란 단어는 우리 세대에서는 모른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중국 홈에서 열리는 만큼 중국의 홈 어드벤티지가 상당히 나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반대로 차분하게 준비한 홍명보호가 훨씬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판정 시비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중국에 또 한번 공한증 경험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힘을 중국 관중, 그리고 축구인들에게 보기 좋게 보여줬던 한 판이었습니다.

▲ 조영철이 팀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하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16강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와일드 카드' 김정우, 박주영의 연속골과 조영철의 쐐기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8강에 올랐습니다.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한국은 벽을 넘어서려는 중국을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며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8강에 오른 한국은 오는 금요일(19일) 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가져 1994년 히로시마 대회 4강전 패배 설욕에 나섭니다.

모든 것이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대로, 그리고 선수들이 하고 싶었던 대로 펼쳐진 경기였습니다. 중국의 거친 축구에 맞서 빠르고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한 대표팀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결정력을 과시하며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뒀습니다. 사실 최근 중국 청소년팀이 간간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쉽지 않은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개인 기량 면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중국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급이 다른 팀임을 중국 선수들에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특히 와일드카드 김정우, 박주영을 비롯해 축구대표팀에서 뛴 바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김정우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선취골을 뽑아냈고, 박주영은 자신있어하는 세트피스에서 역시 결정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또 구자철은 주장답게 중원사령관으로서의 역할을 100% 소화해내며 좋은 활약을 펼쳤고, 조영철과 지동원 역시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중국 수비를 뒤흔들며 잇달아 찬스를 만드는데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였습니다. 그밖에 중앙 수비수 김영권도 거의 완벽하게 상대 공격을 잘 방어하며 든든한 벽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들을 주축으로 다른 선수들까지 탄탄한 전력을 보여준 한국은 시종일관 물 흐르듯 이어지는 패싱플레이를 바탕으로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기분 좋은 완승을 일궈낼 수 있었습니다.

▲ 첫골을 성공시킨 김정우가 박주영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경기가 통쾌했던 것은 지난 2월 동아시아컵 한국전 3-0 승리로 잔뜩 우쭐해져 있는 중국 축구에 보기 좋게 설욕했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 스코어도 3-0으로 똑같이 이겨서 앙갚음을 한 셈이 됐는데요. 아직 실력차가 확연히 나는데도 '라이벌로 올라섰다'면서 한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졌던 가운데서 홍명보호가 보기 좋게 완승을 거둬 통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번에 나섰던 선수들이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에서도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미리 중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얻은 수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첫 경기 북한전에서 패배한 뒤에 전화위복이 돼 승승장구하는 홍명보호의 모습을 보면 기세가 참 대단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미 지난해 U-20 월드컵을 통해서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곧바로 분위기를 추스르고 상승세를 타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팀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 우승까지는 단 3경기. 이 상승세를 쭉 이어가서 24년 만의 우승도 성공하고,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게 한국 축구를 비난하려 했던 중국팬들의 코를 그들의 안방에서 제대로 납작하게 만들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우승은 충분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