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26일 열린 긴급의원총회 직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이 권력구조 개편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당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 후 권력구조 개편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구체적인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공수표가 됐다.

지난주부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진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한국당은 20대 국회 들어 햇수로 4년째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구체적 당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 (연합뉴스)

여야 4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마저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사실상 제1야당을 무시하는 걸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의원직 총사퇴'까지 언급하며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민주주의를 안 하고 좌파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24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야3당이 주장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한마디로 '세금 잡아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저희는 의석수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구체적인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선거제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 의총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20대 국회 들어 단 한 번도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한국당의 공언인 만큼,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언급한 의원총회가 종료된 후에도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당은 개헌과 연계해야 한다는 과거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2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권력분점에 대한 논의 없이 선거제 개편만 이뤄지면 사실상 권력구조와 선거제가 조응하지 않기 때문에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을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내각제적 요소가 들어간 대통령 권력분점으로서 선거제 개편 논의는 이와 동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에 관해 합의한 사항을 어기는 것이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고, 법 개정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였다. 나 원내대표가 선 선거제도 개혁, 후 권력구조 개편 방침에 동의했다가, 이제와서 말을 바꾼 셈이다.

이에 대해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가 선거법 패스트트랙 명분을 실어줬다"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작년 12월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후에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문구를 이 시점에서 비틀다니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이 한국당에 요구해온 답은 한 가지다. 선거법 개혁에 대한 당론을 밝히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해를 넘어서까지도 어떠한 답도 없으니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자는 게 정의당 등 여야 4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제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의 신속처리 안건상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에 착수했다. 26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4당 원내대표들이 선거제 개편을 위한 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에 착수했다"며 "민생입법 및 개혁입법 과제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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