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지난 6월 열린 월드컵을 단독 중계 한다고 지상파 3사 중 한 곳인 SBS를 수없이 비판 해왔던 내가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홍콩이 약체인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도 중계방송을 통해 알았을 정도로 홍콩은 최약체였다. 그러기에 어차피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이었다. 많은 평론가들과 팬들은 경기 전부터 '콜드게임 승'을 점쳤고,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광저우 아오티야구장 제 1필드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 야구 예선 2차전 홍콩전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홍콩을 상대로 15 득점을 얻어 6회 콜드 게임으로 승리했다.

초반엔 부진 했지만 5회부터 터진 대한민국 타선이 경기를 5,6회 만에 콜드 게임으로 만들어 냈다. 그 만큼 홍콩은 약체였고, 대한민국에게서는 안 봐도 뻔한 경기 결과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다고 해도 중계를 안 하는 법이 어디에 있을까? 다른 때도 아니고, 아시아인들이 하나 된다는 취지로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안 게임 야구 경기를 경기 진행 중간에 갑자기 정규편성 관계로 중계를 중단하는 게 어디에 있을까?

▲ 야구 국가대표팀ⓒ연합뉴스
이런 현상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났다. 경기를 중계하던 KBS 1 TV가 갑자기 정규편성을 문제로 중계방송을 중단 한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공영 방송이라며 매일 자신들의 중계권을 요구하던 KBS가 그랬다는 것에서 배신감은 더 크다. 지난 6월 함께 SBS의 단독 중계를 비판했지만, KBS의 돌연 경기 중계 중단을 보면서 심지어 '단독 중계가 훨씬 낫겟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KBS의 돌연 중계방송 중단에 정말로 큰 실망감을 느꼈다. 심지어 자신들이 공영방송이라고 자부하는 KBS에 대해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은 봉인가?'라는 항의까지 하고 싶었지만, 관련 게시판이 막혀 있어 항의도 못 하는 답답한 심정이다.

스포츠 팬은 봉이 아니다. 더군다나 추신수를 비롯한 많은 해외파와 국내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많은 야구 선수들을 TV를 통해 안방에서 편히 볼 수 있다는 것은 야구 팬에게는 거부 할 수 없는 달콤한 매력이었다. 이런 달콤한 매력을 KBS가 그대로 빼앗아간 것이다. 무엇보다 KBS의 선택에 비판을 하는 이유는 KBS는 다른 지상파 방송과 달리 2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BS는 1TV 와 2TV 로 구성 되어있다. 이러기에 다른 방송에서는 아시안 게임 중계, 20주년 특집 등으로 예능이 취소 된 것과는 달리 KBS는 2TV를 통해 자신들에게 최고의 수익원인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을 정상 방송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KBS는 홍콩전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경기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중계방송을 중간에 중단해 버렸다. 공영 방송이라고 자부 해 온던 KBS가, 시청자들에게 더 높은 차원의 고 퀄리티 방송을 제공 하겠다는 이유로 수신료 인상을 진행 한다는 그들의 말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채널이 하나 있는 것도 아니라 2개이며, 아시안 게임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중계방송 중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차라리 SBS 단독 중계가 낫지'라는 말이 그냥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경기가 지연 되어서 정규 방송 문제로 경기 중계가 중단 된 것도 아니라, 콜드 게임으로 끝난 경기를 자신들의 방송 문제로 중단 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방송의 주인은, 더군다나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KBS의 주인은 자신들이 아닌 국민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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