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부활했습니다. 더 이상 물음표를 붙일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 부진으로 온갖 비판을 받았던 것을 완전하게 잠재우며 화려하게 날았습니다.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80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냈습니다. 박태환은 예선에서 1분49초대 기록을 내 3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그야말로 제대로 '연막 전술'을 펴면서 결선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베이징올림픽보다 더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하며 힘차게 포효했습니다. 박태환의 힘찬 레이스에 라이벌로 불렸던 중국의 장린은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 박태환 선수ⓒ연합뉴스
경기 운영 면에서, 그리고 기술적인 면과 심리적인 면에서도 박태환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전혀 흐트러짐 없이 초반부터 앞으로 차고 나왔던 박태환은 옆 레인에 각각 장린, 쑨양 등 중국 라이벌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음에도 약속했던대로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면서 힘차게 물살을 갈랐습니다. 결국 상대 선수의 추격을 뿌리치고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으며 완벽한 레이스 운영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번 대회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것이고,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박태환은 대회전부터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는 등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는데요. 톡톡 튀는 것보다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자신 있게 대회에 나섰다보니 이런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박태환이 자신만의 레이스를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경기였습니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은 전혀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라이벌을 생각하는 것보다 오직 자신의 레이스만을 생각하고 즐겨야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고, 이는 경기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상대 선수들의 맹추격에도 마지막 스퍼트가 좋은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것만 보면 박태환의 레이스 즐기기가 얼마나 더 큰 위력을 발휘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팬퍼시픽 수영선수권에서 부진을 만회하는 성적을 내며 다시 일어섰다고 하지만 자유형 1천500m의 부진으로 경기력에 대한 물음표를 달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첫 경기서부터 아시아신기록으로 기분 좋은 결과를 냈고, 자유형 400m를 비롯한 다른 종목 역시 이 경기력, 페이스를 유지하면 충분히 금메달 추가, 그리고 새로운 기록 작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태환의 스승인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조차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 성과를 지켜보며 많은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그 결과가 첫 경기부터 그대로 나타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박태환은 이전에도 첫 경기를 잘 치러 남은 종목을 모두 잘 치러냈던 좋은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한마디로 많은 가능성을 드러냈고 많은 기대감을 충분히 갖게 만들었던 박태환의 첫 경기, 그리고 첫 금메달이었습니다.

어쨌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을 다시 볼 수 있게 됐고, 활짝 웃는 모습을 또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참 인상적이고 대단했습니다. 지난해 부진 때문에 활발했던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했던 팬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답게 강한 의지와 함께 열심히 노력하면서 단 1년 만에 실력으로 팬들의 비난, 논란을 잠재운 것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보낼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힘차게 포효했던 그 모습 그대로 남은 종목에서 더 우렁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더 화려하게 비상하는 박태환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가능성은 충분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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