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박2일이 다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강호동이 씨름 천하장사에서 예능계의 손꼽히는 일류 MC가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여전히 빈곳이 많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보여준 2주간의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울릉도 행 무산으로 급하게 성사된 강호동과 이만기의 대결은 쉽게 지우기 힘든 많은 울림을 남겨주고 마무리되었어요.
사실 이만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리고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서로 다시 샅바를 붙잡고 겨룬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향수와 관심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털털하게 과거 소회를 털어놓던 무릎팍도사에서의 모습도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두 황소 같은 남자가 서로 만나야 하는 장소는 역시 모래판이었으니까요. 가타부타 말을 늘어놓고 서로에 대한 상찬을 건네는 것보다는 그냥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 더 많은 의미와 감동을 전달해줄 수 있는 만남이었거든요.
그렇기에 이번 1박2일이 향했던 여행의 장소는 다른 때처럼 특정한 장소가 아닌 그때 그들이 맞붙었던 20여년 전의 추억의 시간이었고, 여행의 주인공은 씨름 그 자체였습니다. 강호동은 이만기를, 이만기는 강호동을 서로 칭찬하며 존중해주는 아름다운 선후배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이 여행의 주인공은 이 두 사람이 아닌 그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샅바를 바로잡고, 온몸으로 격돌하며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주던 씨름이었어요. 우리는 두 천하장사와 함께 20년 전 그때 어린아이였던, 아직 청년이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 아련함과 흥분을 다시금 맛볼 수 있었고, 왜 우리는 지금 씨름판에서 제2, 제3의 이만기와 강호동을 볼 수 없는지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현역에서 은퇴한지 20여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누가 누구보다 더 쎈건지, 누가 진짜로 강한지를 따지는 바보 같은 의심만큼이나 이번 방송의 의미와 재미를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은 없다는 말입니다. 이들의 대결에서 누가 이기고 진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좀 더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후배의 땀을 닦아주며 흐뭇해하는 넉넉한 선배 이만기의 커다란 그릇, 어린 조카나 아들 같은 후배들의 삼겹살 회식을 사주며 뿌듯해하는 강호동의 마음 씀씀이입니다. 그저 우리는 오랜 공백으로 분명 만만치 않았을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씨름의 부흥과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재대결에 응해준 이만기에게 감사함과 고마움을, 그리고 특유의 집요함과 집중력으로 그 대결에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켜준 강호동의 역량에 감탄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 즐거움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본질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의심하고 따지고 판단하는 것만큼 한심하고 바보 같은 것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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