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일본 시리즈 우승팀 지바 롯데를 상대로 도쿄돔에서 벌어진 한일 클럽 챔피언십 단판승부에서 2시간 45분 만에 3:0으로 완패했습니다.

정대현과 송은범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었고 김광현도 안면마비 증세로 제외되면서 SK의 투수력 약화가 우려되었지만, 지바 롯데 타선에 1홈런 포함 8피안타 8볼넷을 내주고도 3실점으로 틀어막은 것은 투수진이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SK의 완패는 야수들의 부진이 원인입니다. 박경완, 정근우, 김강민, 최정이 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되었고 나주환과 조동화가 부상 등으로 출장하지 못해 주전 야수 6명이 제외되어 실질적인 1.5군급 야수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구위가 강력하면서도 제구가 정교한, 국내 프로야구 투수보다 한 수 위인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SK의 하위 타선이 점수를 뽑기는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수비에서 실점을 최소화해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 가며, 지바 롯데의 필승 계투조가 투입되기 전에 선발 카라카와를 상대로 중심 타선이 선취점을 뽑아내는 것이 SK가 승리할 수 있는 방정식이었는데, 2회말 실점으로 계산이 어긋났습니다.

▲ ⓒ연합뉴스
1회말 2안타와 1볼넷을 내주고도 박정환의 호수비 등으로 실점하지 않으며 SK는 초반 분위기를 끌고 올 수 있었습니다. 1사 만루에서 이마에의 뜬공에 키요타가 3루를 향하다 아웃된 것은 2루 주자 키요타의 본 헤드 플레이이지만, 중견수 임훈이 3루 주자의 득점을 저지하기 위해 홈으로 던지지 않고 2루 주자의 움직임을 확인해 아웃 처리한 것은 좋은 수비였습니다.

이후 2회초 카라카와가 하위 타선을 상대로 2개의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흔들렸을 때, SK가 선취 득점했다면 승부의 향방은 사뭇 달라졌을 것입니다. 출루가 좀처럼 어려운 하위 타선에서 소위 ‘거저먹는’ 기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사 만루에서 박재상이 2루 땅볼로 물러나며 SK는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2회말 실점 과정에서 정상호의 수비가 두 번 아쉬웠습니다. 1사 후 사토자키의 빗맞은 땅볼을 정상호가 미트로 포구한 뒤 1루 송구를 포기해 내야 안타로 만들어줘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사토자키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미트가 아닌 맨손으로 포구해 1루에 어떻게든 송구했어야 합니다. 이어 헤이우치의 타석에서 풀 카운트 끝에 삼진을 잡는 와중에, 사토자키의 2루 도루를 허용했는데, 정상호가 삼진을 잡는 결정구를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빠뜨렸기 때문에 발이 느린 사토자키의 도루가 성공했습니다. 만일 정상호가 정상적으로 포구했다면 더블 아웃으로 2회말이 무실점으로 종료되었을 것입니다. 이후 오카다의 내야 안타와 니시오카의 체크 스윙 오심 뒤 볼넷, 키요타의 적시타로 2:0이 되었는데, 적시타를 허용한 것이 키요타라는 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1회말 본 헤드 플레이를 범한 키요타에게 만회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거나, 기회가 돌아와도 범타 처리할 경우 정신적으로 무너져 경기 내내 손쉽게 아웃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근본적인 패인은 극도의 빈공에 허덕인 SK 타선입니다. 2회말 2사 만루에서 박재상이 2루 땅볼로 물러난 이래, 득점은커녕 3회초부터 9회초까지 7이닝 연속 3자 범퇴당하며 22명의 타자가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한 것은 치욕적입니다. 아무리 6명의 주전 타자들이 출전하지 못했고, 한국 시리즈 이후 공백이 길었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빈공입니다. 17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김재현에게 네 타석이 주어졌지만 안타는커녕 타구가 내야를 넘기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2005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이래, 다양한 형태로 매년 일본 및 대만 프로야구 우승팀과 한국 시리즈 우승팀의 경기가 이루어졌지만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올해까지 마무리되었습니다. WBC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리그 우승팀간의 국제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이 요구되는 시점에 왔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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