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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종교 기반 미스터리 스릴러, 아쉬움 있지만 제 역할 다했다[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9.02.22 12:52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은 사제들>(2015)을 만든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2019)는 불교의 경전 천수경의 핵심 진언(주문) 신묘장구대다라니에 자주 등장하는 '사바하'에서 따왔다. 범어(산스크리트어)인 '사바하'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모든 것을 이루게 하소서, 원만하게 성취되어지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 <사바하> 스틸 이미지

영화 <사바하>는 자신보다 10분 일찍 태어난 쌍둥이 언니를 경멸하는 금화(이재인 분)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금화의 말에 의하면 쌍둥이 언니 '그것'은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하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바로 죽었어야 할 악의 존재다. 한편 평범한 불교 관련 포교당처럼 보이는 '사슴동산'의 비리를 추적하던 박목사(이정재 분)는 그의 고등학교 후배 해인스님(진선규 분)의 도움을 받아 사슴동산의 이상한 점을 하나하나씩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강원도 영월의 한 터널에서 이상한 시체가 발견되고, 비슷한 시각 어두운 기운으로 음습한 정나한(박정민 분)은 평소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지인에게 순교를 강요한다.

도무지 아무런 연관 관계없이 흘러가는 듯한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말미에 접어들면서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귀결된다. 사슴동산에서 사천왕 중 서쪽을 관할하는 광목으로 불리는 정나한은 그의 스승 동방교 김제석의 명을 받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귀신을 잡으러 다닌다. 귀신 잡으러 다니는 정나한의 행위는 신흥종교단체들의 비리를 추적하기 위해 앞장서는 박목사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나한과 박목사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정나한은 자신의 영생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교주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케이스라면, 박목사는 신에게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 그에 대한 의심과 믿음을 반복하며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자 노력하는 성직자라는 점이다. 

영화 <사바하> 스틸 이미지

개신교 성직자인 박목사가 불교적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로 등장하는 해인스님(진선규 분)은 불교를 두고 절대 악이 없다고 말한다. 해인스님의 말처럼 <사바하>에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과 신에 대한 잘못된 믿음으로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나약한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박목사가 만난 불교 전문가들은 동방교 김제석을 두고 하나같이 성불의 경지에 오른 자라고 평한다. 그들의 말마따나, 김제석이 한때 부처의 경지에 이른 예언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제석은 오직 자신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자신의 영생을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부처는 영생을 꿈꾸지도 주장하지도 않았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죽는다.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하고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 불교의 또 다른 핵심 경전인 금강경에서 석가모니 부처는 “물질이나 음성으로 나를 찾고 구한다면, 삿된 도를 행함이라, 여래 볼 수 없으리라(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라고 제자들과 신도들에게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부처, 미래의 구세주(미륵부처)로 칭한 김제석은 자신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범죄자로 남게 되었다. 

영화 <사바하> 스틸 이미지

불교의 핵심을 잘 전달한 영화이긴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자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취하는 장르영화일수록 여러 사건들과 캐릭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강한 설득력을 부여해야하는데, 오컬트 속성을 방패삼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전개 또한 아쉬움을 더한다. 

그럼에도 기독교와 불교적 세계관을 접목시켜 신을 향한 인간의 믿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 있어서, <사바하>는 종교를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듯하다. 또한 이를 조심스럽고도 용감하게 풀어내고자 한 감독의 진정성 또한 의심되지 않는다. 영화적으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한국에도 <사바하>와 같이 종교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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