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는 북미정상회담과 안으로는 자유한국당의 망언 논란으로 뉴스에 여백이 부족한 지경이다. 그런 와중에도 눈에 쏙 들어오는 뉴스가 하나 있다. 정부가 다음 달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4월 11일은 1919년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만큼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그 뜻을 더욱 높이고자 하는 의미이다.

임시정부 수립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그저 하루 더 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화되었던 건국절 논란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규정한 대한민국의 법통인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임시정부 수립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훼손됐던 의미를 치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통쾌감마저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공개될 국민과 함께 읽는 독립선언서인 '낭독하라 1919!'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청와대가 20일 밝혔다.[청와대 제공 화면 캡처=연합뉴스]

몇 해 전부터 우리는 역사 부정과 왜곡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벌어진 5·18 망언 논란이 그렇고, 지난 정부에서의 건국절 논란 역시 그렇다. 건국절 논란은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법통을 흔들었다. 우리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된다. 헌법이 규정한 임시정부의 법통을 굳이 흔들려는 것은 친일파의 과오를 희석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지금까지의 임시공휴일은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임시공휴일 추진은 역사를 기린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시민들도 다른 달과 달리 휴일이 없는 4월에 추진되는 임시정부 수립일 임시공휴일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경기 진작의 효과를 거둘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해온 일들이 많고,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흔들렸던 역사 다시세우기에 빈틈없이 대처하고 있음은 당연하면서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임시정부 수립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것은 역사를 정부가 아닌 국민 모두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기념음원 재킷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제공]

여러모로 임시정부 수립일의 임시공휴일 지정은 반갑기 그지없다. 그와 함께 대통령 직속의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발표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음악 ‘3456’도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이 노래는 피겨여왕 김연아와 밴드 국가스텐의 하현우가 함께 불러 이목을 끈다.

이 노래 제목 ‘3456’에 담긴 의미도 잊지 않고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숫자로 압축한 ‘3456’에는 대한민국이 지켜온 민주주의의 역사와 정신이 깃들어 있다. 3·1 운동의 3, 4·19 혁명의 4,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5 그리고 6·10 민주항쟁의 6. 참 절묘하게도 순서까지 맞게 이어진다. ‘3456’의 4에는 한편으로는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올해 100주년을 맞는 3·1절과 임시정부 수립일은 다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지만 정부에서 마련한 다양한 이벤트들 역시 기대를 갖게 한다. 설렘도 느껴진다. 세계가 놀랐고,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였던 촛불혁명은 갑자기 생긴 기적이겠는가. 동학에서 3·1운동으로, 다시 4·19로 5·18로 6·10으로 끊이지 않았던 저항의 이어짐이었다. 그렇게 100년을 싸워서 지켰고, 다시 앞으로 100년을 일궈나갈 정신이다. 3·1절을, 임시정부 수립일을 뜨거웠던 광장에서의 마음으로 맞이해야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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