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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가이드라인 논란, 취지까지 문제인가[기자수첩]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2.21 10:3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성가족부가 지난 12일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대해 일부 표현과 인용 사례를 수정·삭제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음악방송 출연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고 권고한 지 일주일만이다. 그러나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권에서 비판이 지속되고 있고, 이를 언론이 옮기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가부는 19일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에 대한 추가 설명자료를 내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하여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JTBC 뉴스 방송화면.

여가부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분석결과, 획일적인 외모기준 제시, 외모지상주의 전파 등이 일반 성인과 아동·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는 방송 제작진이 프로그램 제작 시 참고할 사항을 안내하는 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의 본래 취지를 강조했다. 때문에 이를 검열·단속·규제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뜻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게 여가부의 입장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집필한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여가부가 언론을 규제하기 위해 안내서를 만들었다' 또는 '방송에 나오는 외모를 정부가 통제하려고 한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강변했다. 여가부는 언론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방송 상의 외모지상주의·외모획일성 문제를 경계하려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해당 가이드라인 내용 전반을 살펴보면 여가부가 강조하는 '취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방송이 왜 성평등에 앞장서야 하는지', '방송에서 지켜야 할 성평등한 관점이란 무엇인지', '방송제작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부가 일부 부적절한 표현으로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킨 주체라는 점에서 여가부 스스로 대중문화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이른바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대중문화를 규제 대상으로 보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여가부는 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고 권고해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음악방송 출연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돌 그룹'의 외모획일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이들 아이돌 그룹을 '쌍둥이'에 비유했다. 이어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며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가부가 내세운 취지대로 외모지상주의와 외모획일성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미디어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은 전문가 뿐 아니라 대중문화평론가, 언론 등에서 중론에 가깝다. 가장 극적인 사례로는 남태평양 피지섬의 사례가 꼽힌다. 미국 하버드대 인류학과 앤 벡커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95년 TV가 도입된 피지섬은 TV 시청이 시작된 지 3년 만에 10대 소녀들이 몸 이미지 혼란을 겪고,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비율이 증가했고, 식이 장애도 급증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9일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안내서'에 대한 추가 설명자료를 내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하여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의 외모지상주의 현상,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의 외모지상주의 현상을 엿볼 수 있는 통계자료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아동과 청소년의 비만율은 14.1%로 OECD 국가 중 하위 수준이다. 반면 2015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 85% 미만인 마른 여학생들 중 34.7%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 입장에서는 한 사회의 외모지상주의 현상과 이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문제 개선을 위해 권고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논란이 된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다. 정부가 구체적 사안에 대해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안내서', '가이드라인'이라는 명칭과는 별개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릿속에 '규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여가부는 안내서 전반부에서 "본 안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양성평등 심의 조항을 고려해 제안했다"고 했다. 또 "방송의 성평등 실현은 모든 방송 관계자들이 성평등한 시각과 관점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할 때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비록 형식에 불과할지라도 기존 방통위와 통합되어 있던 방통심의위가 왜 독립 민간기구로서 분리된 형태를 띄고 있는지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방통심의위라는 기구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여전한지에 대해 고민했어야 한다. 이 고민은 프로그램, 넓게는 대중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들을 정부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결부되어 있다.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아이돌 개개인의 개성을 애정하는 팬들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동반되었어야 할 문제다. 

이 같은 정부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대표적 인물이 하태경 의원이다. 하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진선미 여가부 장관을 '여자 전두환'에 비유하며 '검열독재발상', '유신시대'라는 말까지 꺼내들었다. 여가부가 논란이 된 문구에 대한 수정·삭제 입장을 밝혔음에도 그는 여가부가 사과하지 않으면 '여가부 해체 운동'을 벌이겠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의 발언은 언론을 타고 확산되고 있고, 외모지상주의와 외모획일성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자는 취지의 안내서는 '문화 검열' 논란으로만 비춰져 그 빛이 바래고 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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