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그야말로 전형적인 해피투게더였습니다. 근래 어느 방송과 비교해 보아도 의도하지 않았던 것, 의외의 발견이란 그닥 찾아보기 힘든 안전하고 모범적인 내용이였죠. 촬영 전 작가들과 진행했을 사전 인터뷰로 준비한 것들을 질문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 싶은 것처럼 차곡차곡 털어놓고, 한 가지 에피소드, 개인기가 펼쳐질 때마다 MC들은 적절한 추임새로 내용을 살립니다. 분명 재미는 있었지만 소녀시대라는 기대치에 비해선 다소 뻔한, 심심한 것들로 가득했던 1시간이었어요.

물론 그녀들만 유별난 것은 아닙니다. 아이돌들의 토크쇼라는 것들이 대부분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니까요. 아직 어린 나이에 동일한 사이클의 삶을 살아가며 인생의 절대적인 깊이가 부족한 청춘남녀들이기에 자연스럽게 삶의 모습을 말하기보다는 훈련된 것들을 털어놓기 일쑤이고, 그러다보면 다른 방송에서도 몇 차례 말했던 내용들이 반복되기도 하구요. 게다가 큰 의미도 없었던 잠꼬대를 망언, 혹은 막말이라고 확대 재생산되는 수영의 예처럼 몸가지 하나, 말 한마디에도 곤혹스러운 손가락질이 따라다니는 아이돌이기에 그런 준비된 멘트, 모범적인 토크쇼는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 내내 부각되었던 써니의 분발이 돋보였고, 그렇다고 딱히 누가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힘든, 모두에게 치우침이 없는 평이한 구성이었지만 무언가 아쉬운. 그녀들의 잠버릇이나 술버릇처럼 좀 더 많은 내용이 나올 수 있는 부분에서도 그냥 나가다 멈춘 것 같은 조심스러움이 이어졌다고나 할까요? ‘세상에 이럴 수가’에서 수많은 개인 질문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통째로 편집되어 버렸던 것처럼 말이죠. 카메라 앞에서 복화술로 이야기해야 하는, 부르기 싫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싫었던 노래로 활동을 해야 했던 것 같은 아이돌의 고단함이 살짝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거 곁가지일 뿐이였죠. 그녀들은 서로의 말과 행동에 매번 까르르 웃으면서 즐거워하지만 그 조심스러움 때문인지 웃음에 쉽사리 동화되지 못하겠더라구요.

다른 방송이었다면 그냥 본전이었다 싶었지만 매번 이런 조심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런 목석같던 청춘남녀들도 어떻게든 틈새를 만들어서 참신한 느낌을 전달해주던 해피투게더이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더군요. 주목받지 못하던 멤버들의 장점을 끌어내주고, 준비한 멘트보다는 순간의 작은 실수, 독특한 성격들을 부각시켜서 그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던 해피투게더는 아이돌들이 가장 편안하게, 제일 즐겁게 즐기며 돌아갈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요.

그나마 밋밋하던 방송을 살려준 것은 우결로 이미 알려져 있었던 모범생, 서현의 압도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어느 아이돌 그룹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장 독특한 캐릭터가 사투리와 반말로 진행되는 해피투게더의 고정 코너 ‘웃지마 사우나’에서 여지없이 폭발한 것이죠. 진지하고 모범적인, 순수하다 못해 조금은 답답한 고지식한 모범소녀. 그러면서도 그룹의 막내라는 이 이중적인 매력 포인트가 짧은 시간동안 대방출되는 순간이었어요. 남녀관계를 보여주는 우결에서의 그런 모습이 다소 어색하게 비춰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렇게 친한 언니들 사이에서도 꼿꼿하게, 그리고 어색하게 반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막내의 모습은 호감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재치가 넘치고 개인기가 출중하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진 호감. 그가 가진 고유의 품성과 솔직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막내의 활약이었습니다. 약간은 연출된, 조심스러운, 방송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이 강조되던 이날 방송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냈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까요. 아이돌이 가장 매력적이게 보이는 순간도 바로 이렇게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가 아닐까요? 하긴 그런 드러냄이 쉽지 않기에, 쉬울 수 없기에 사랑받는 존재, ‘아이돌’이겠지만 말이죠.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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