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 앱을 사용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이 앱은 하나의 바이러스나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생활 침해, 기본권 침해죠."

"이 앱 사용하시는 부모님들은 당신들의 부모님 핸드폰에도 이거 까셔서 똑같이 관리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 앱은 자녀 관리앱이 아닌 자녀를 탄압하는 앱이죠."

이른바 '자녀관리 앱'이라고 불리는 청소년 스마트폰 통제 앱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강도 높은 '인터넷 통제'를 당하는 청소년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구글과 국내 이통3사, 몇 몇 어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등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방지하고 음란물·유해매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자녀관리 앱'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통제 앱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과 해당 청소년 부모의 스마트폰에 각각 통제 앱을 설치하면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이다. '구글 페밀리 링크'(다운로드 수 500만), '모바일펜스'(100만), '스크린타임'(100만), '쿠키즈'(50만)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앱의 통제 권한은 상당하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제한부터 위치추적, 와이파이 차단, 카톡 내 인터넷 차단, 결제차단, 카메라 차단, 블루투스 차단 등 앱 종류별로 차이는 있으나 청소년의 스마트폰 기능 대부분을 부모가 차단·통제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자녀가 어디에서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해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차단시킬 수 있다.

각 사가 구글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하는 '자녀관리 앱' 소개화면

문제는 이 같은 앱의 설치가 국내에서는 2015년 4월부터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와 동법 시행령 제37조에 따르면 '청소년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통신사업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불법음란정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차단수단(스마트폰 통제 앱 등)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경우 통신사업자는 매월 해당 청소년의 부모(법정대리인)에게 이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를 제기할 만한 창구가 없는 청소년들은 앱에 대한 별점 평가, 댓글창 등을 통해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는 해당 앱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 소위 'OOO 뚫는 법'이 연관 검색어로 제시된다.

관련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2016년 12월 차단수단 설치에 있어 부모의 선택권을 인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2017년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관련 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법 개정안이 이전보다 일보 진전된 측면이 있더라도 사생활 침해 등 청소년 기본권 침해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가 지원한 앱 '사이버안심존'을 비롯해 이통사가 제공하는 자녀관리 앱이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도 이유로 제기된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부모 동의 조항이 생기면 부모의 자녀 교육권 문제에 대해서는 해소가 되긴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가 이런 앱을 강제한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 인권에는 큰 침해가 된다"며 "아예 개정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조항 자체를 폐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런 앱들은 기본적으로 보안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능 자체가 너무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지금 기술 수준에서는 완벽하게,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앱들이 아니다"라며 "통제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전부 암호화되면 모르겠지만 보안에 허술하다. 해커들이 앱을 해킹한다면 여러 방면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법 조항이 오히려 개인정보를 유출해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고, 부모의 개인정보 역시 해킹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픈넷'은 2016년 해당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 청소년 사생활 침해 및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며, 헌법재판소에 추가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법 조항이 있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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