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로 나라가 시끄럽다.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후 최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근거 없이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 문제가 쟁점이 될까?

정치인과 돈 문제라는 점에서는 고전적인 정치혐오사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치 않다.

▲ 지난 5일 검찰은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국회 회기 중 벌어진 이번 압수수색은 유례를 찾기 힘든 초강수이다 ⓒ 연합뉴스

불법 정치후원금 사건들

그동안 정치인이 감옥에 간 사건들을 살펴보자.

첫째,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시절의 차떼기 사건처럼 기업에서 건네받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이 있다. 사소한 청탁은 없지만 누가 보아도 보험의 성격이 강하며, 거액이라서 기업이 정상적으로 조달할 수 없으니 비자금이라는 탈법적 자금조성방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사회악이다.

둘째, 대가성 뇌물이다. 거액의 금융대출알선, 토지의 불법 형질변경등 인허가권자가 막대한 이득을 안겨줄 건을 해결해주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유형이다. 한보 수서비리사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재개발 비리사건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역시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다.

이 두 가지는 전형적인 음성적 정치자금, 혹은 뇌물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합법적 후원금이라 해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셋째, 거액의 후원금을 쪼개서 후원계좌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500만원씩 쪼개어 친지와 친구 명의로 특정 의원에게 후원해주는 방식이다. 500만원 이상 후원하지 못하도록 한 입법취지에 반하는 후원방식이다.

넷째, 역시 기업인이 수 천 만 원의 후원금을 직원들 명의로 10만원씩 쪼개어 특정 의원에게 후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발적으로 후원의사가 없는 직원들에게 업계의 현안로비를 목적으로 기업인이 강요했으며, 이를 의원이 사전에 알고 있을 경우 문제가 된다.

청목회 후원은 어떻게 다른가?

이번 청목회 사건은 위 네가지 경우와 전혀 다른 성격의 후원금 사건이다.

일단 입법 청원의 주체가 근로조건이 열악한 청원경찰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국회의원을 매수하여 더 큰 이권을 획득한 사건이 아니라, 절박한 처지의 청원경찰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입법을 추진하면서 후원금을 냈으며, 이를 청목회 간부들이 주도한 것이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면 나쁜 일이다. 가난한 서민들의 절박한 민생문제에 금전적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에 환장한 정치인도 협회를 만나서 돈 이야기부터 꺼내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자존심 문제다.

짐작컨대, 청목회 간부들이 오랜 숙원사업인 법안통과 전후에 행안위 국회위원들에게 회원들의 소액후원금을 권유하고 유도했을 것이며, 일부는 후원금 납부를 대행했을 수도 있다. 합법적인 후원금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행위를 대가성 뇌물로 볼 것이냐, 선의의 후원금으로 볼 것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호들갑을 떨 정도의 악질 뇌물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액 후원금 제도의 무력화

만약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게 되면 소액후원금 제도 자체는 무력화된다. 예를 들어보자.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에게 일부 학부모가 10만원씩을 입금한 후, ‘의원님, 우리 후원했어요. 힘내세요. 무상급식 꼭 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리고, 국회의원이 ‘네 감사합니다.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이런 답글을 썼다고 하자.

이 정치인은 무상급식이라는 대가를 학부모에게 주기로 하고 후원금을 받은 타락한 정치인인가? 이 정치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야 하나?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 중에 무사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소속 정치인들도 거의 대부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청목회 사건에 정치인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후원의지로 연결되는 것을 불법시한다면, 이는 소액 후원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수사의 정치적 문제점

이처럼 무리한 수사이기 때문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천신일 사건, 민간인 사찰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은 이런 방식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찰 사건등으로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이슈전환용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위신이 말이 아니니 말이다.

한편에서는 강기정 의원의 김윤옥 여사 공격과 한나라당의 무대응에 대한 청와대의 여야 경고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떤 목적이든 이번 수사는 과거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비교할 때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며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치적 의도로 시작되는 수사,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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