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최초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해 논란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12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 하에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내준 바 있다. 결국 녹지국제병원이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허가를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 운영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 유한회사는 지난 14일 제주도를 상대로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가 개설 허가 조건으로 진료 대상자를 외국인 의료관광객에 한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제주녹지국제병원 건물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에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원칙을 지켜나기기 위해 소송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측의 소송 제기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지난해 12월 5일 원희룡 지사가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준 당시에도 의료법 상 외국인 환자만을 가려 받는, 즉 국내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은 '환자 거부'에 해당돼 불법에 속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의료 영리화'의 첫 길을 터줬다는 것이 당시 보건의료단체들의 비판이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병원을 정말로 개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원희룡 지사가 허가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녹지국제병원을 비롯한 '제주도 헬스케어타운'을 개발하고 있는 녹지그룹이 해당 지역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건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병원 건물이 가압류 상태이다. 또한 녹지그룹 측은 개설 허가를 받기 전 제주도에 이미 병원의 인수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녹지그룹이 병원운영을 포기한 상태로 개설 허가를 받으려 했다는 게 정 사무처장의 분석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가압류당한 제주 녹지 국제병원' 허가 철회 및 원희룡 지사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제주 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KBS 제주총국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제주도는 공문을 통해 녹지그룹측에 채용된 인력의 고용 승계 가능성과 녹지국제병원 건물 매각을 비롯한 재활용 방안을 물었다. 그런데 당시 녹지그룹 측의 답변은 경영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제주도에서 병원 인수방안을 최대한 빨리 제시해주거나, 제3자를 추천해달라고 답했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녹지그룹 측이 사실상 허가 전부터 병원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녹지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후 3개월 이내인 오는 3월 4일까지 개원을 해야한다. 그러나 녹지병원 측은 현재까지도 필요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병원에는 의사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으며, 새로 인력을 충원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일까지 병원이 문을 열지 않으면 청문회를 거쳐 의료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정 사무처장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게 되면 당연히 소송이 들어올 거고, (기업이)이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후 이런 부분이 법리적으로 입증이 되면 내국인들을 진료할 수 있는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 등에 세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녹지병원을 둘러싼 행정소송이 '의료 영리화'의 근거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