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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 ‘열혈사제’, 편성의 한 수인가 캐릭터 구축의 승리인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2.17 18:44

분노조절장애 사제의 빈집털이 성공적? 

금요일 밤 10시, 이 시간대 지상파 TV 채널의 선택폭은 넓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디셀러 <정글의 법칙>의 독주 체제이다시피 했으니까. 굳이 고정층이 확고한 <정글의 법칙>에 도전하는 악수를 둘 방송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젠 그것도 옛날이야기다. <정글의 법칙>이 토요일 9시로 옮기고 그 시간대에 드라마 <열혈사제>가 편성되었다. 김순옥 작가의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이렇다하게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던 SBS가 금토 드라마로 편성에 변화를 주며 주말 드라마 격전지에 한 시간 빠른 도전장을 냈다. 

<열혈사제>의 첫 방송, <정글의 법칙>을 기대하며 채널을 돌렸던 고정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1회 10.4%, 2회 13.8%로 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런데 3회 8.6%, 4회 11.6%로 앞서 1,2회에 비해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하지만 떨어졌다 해도 앞서 <운명과 분노>가 자체 최고 7.7%로 종영한 데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타 방송사가 색다른 편성을 하지 않는 한 당분간 금요일은 <열혈사제>의 독주이다시피 할 테니, 11시대 전쟁을 비껴 둔 <열혈사제>는 편성의 성공적 한 수가 될 듯하다. 

박재범 작가 캐릭터의 핸디캡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그렇다면 편성의 한 수는 그렇다 치고, 작품으로서 <열혈사제>는 어떤가? 우선 <굿 닥터>, <신의 퀴즈 4>에서 <김과장>에 이른 박재범 작가를 주목해야 한다. 그간 박 작가는 굿 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신의 퀴즈의 한진우(류덕환 분), 그리고 김과장의 김성룡(남궁민 분)까지 신체적 장애라든가 질병이라든가, 혹은 신분상의 오류 등 저마다의 핸디캡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악에 맞서 히어로적 활약을 보이는 내용을 주로 써왔다. 물론 <블러드>라는 예외적 사례도 있지만, 박재범 작가의 서사는 대부분 시청률과 작품성 두 가지 면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즉, 대중적 장르물에 있어 가장 성공한 작가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박재범 작가가 <펀치>, <귓속말>의 이명우 피디와 만났다. 이번에 박재범 작가가 내세운 히어로의 핸디캡은 '분노'이다.

2014년 정지우 작가는 <분노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 책을 펴낸 그때만 해도 '분노사회'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 생경하던 때, 하지만 그로부터 5년 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분노와 그로부터 비롯된 증오가 팽배해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N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현실이다. 사랑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현실, 대학을 나와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며, 부모 세대보다 잘살기 힘든 자녀들의 세대, 그런 자녀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 그렇게 현실에서의 팍팍한 삶이, 사랑을 포기한 자리에 분노를 자리하게 한다. 

그런 현실적인 분노에 변화하지 않는 성차별의 가부장적 구조, 상명하복의 위계적 질서 등 구조적인 사회적 문제들이 뒤얽혀 서로가 서로를 경원시하다 못해 '증오'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히어로’라니 기가 막힌 선택이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었던 김해일(김남길 분). 테러작전 중에 의도치 않은 폭파 사고로 민간인, 아이들을 살상하게 된 그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조절이 쉽지 않다. 술에 의존도도 높다. 그런 그를 이영준 신부(정동환 분)가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분노조절장애 안티 히어로와 흥미로운 조연진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하지만 첫 장면, 조폭의 사주를 받아 사이비 무속인으로 동네 사람들의 돈을 긁어모으려던 이들을 거침없이 '손봐주던' 김사제는 예의 '조절되지 않는 분노'의 구원행위(?)로 인하여 그가 속한 교구의 정의구현을 실현했지만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구담시를 찾게 되고 그런 그를 이영준 신부가 피붙이처럼 따스하게 맞아주지만, 그만 그 아버지 같던 이영준 신부는 '자살'한 사체로 발견되고 심지어 그를 부도덕한 신부로 몰아가기까지 한다. 

'사고치지 말아라'며 두 손을 꼭 잡고 당부하던 이영준 신부의 명을 어떻게든 거스르고 싶지 않아 노력하지만, 대신 집전한 미사시간에 몰래 빵을 먹던 요요한(고규필 분)을 내쫓는가 싶더니, 하느님께 죄를 사해달라기 전에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찾아가 먼저 용서를 빌라는 말로 신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심지어 고해하러온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를 내치기까지. 

이미 <김과장>에서 사기꾼에 가깝지만 어쩐지 정이 갔던 김성룡 이래, 막무가내 분노조절 환자지만 어쩐지 그의 분노가 공감되고, 막말이지만 그 말이 통쾌한 또 한 명의 '반영웅적(안티 히어로) 히어로'의 탄생이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이렇게 2019년에 가장 공감할 만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은 <열혈사제>는 <김과장>에서처럼 매력적인 조연진을 통해 주연의 캐릭터를 보완한다. 이준익 감독의 <변산> 속 용대의 드라마 버전과도 같은 고준의 대범무역 대표 황철범. <변산>에서 용대가 학수와 철천지원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동네 조폭이었다면, <열혈사제> 속 황철범은 용대처럼 어수룩하게 사투리를 쓰며 폼은 비슷한 듯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람 목숨마저 눈 깜짝 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인물로 김해일의 맞수다. 

거기에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코미디가 몸에 붙기 시작한 이하늬의 박경선이 첫 회부터 펄펄 난다. <응답하라> 이래 어쩐지 부진했던 김성균이 모처럼 몸에 맡는 옷을 입은 듯한 구대영도, 이 사람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그 사람인가 싶은 쏭삭의 안철환도, 백지원의 김인경 수녀도, 이미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있었던 요요한의 고규필도, 구당 청장의 정영주나 부장검사의 김형태, 경찰서장의 정인기까지 쟁쟁한 조연진이 포진되어 있다. 

분노조절장애 캐릭터 김해일의 원맨쇼에 가까운 만화적 설정에, 조연진의 개성 있는 호흡으로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열혈사제>. 과연 이러한 신의 한 수 편성만큼이나 내용성 있게 극이 전개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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