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는 외박 중은 정말 상큼한 로맨틱 코메디입니다. 위매리 문근영의 오바스러운 연기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꽃거지 장무결 장근석의 시크하고 뻔뻔함이 참 멋있습니다. 그리고 정중한 싸가지 정인 김재욱의 재력과 매너를 갖춘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은 부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리는 멋있지만 가난한 강무결과, 부자이지만 차갑고 싸가지 없는 정인과의 이중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랑이냐? 조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객관적으로 굉장히 멋있지만 주관적으로 남자답지 않은 강무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는 이상적으로는 참 부러우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한심해 보이는 절대 결혼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남편감입니다.

"그나저나 너랑 결혼할 여자 진짜 불쌍하다.
그래 너 결혼하면 안 돼. 그거 민폐야.
너 봐~ 술 좋아하지, 여자 많지, 음악하지, 잘 생겼지, 게으르지, 성격 욱하지,
와~ 완전 최악의 남편감이다"

정말 스펙 상으로는 최악의 남편감이 틀림이 없는데요. 하지만 여자는 꼭 보면 이런 나쁜 남자들에게 넘어가곤 합니다. 매리 역시 지금은 절대 무결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매리는 이미 무결을 보며 몇 번이나 두근거리고 설렘을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24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안 해본 매리이기에 장난스런 무결의 스킨쉽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자꾸 엮이다보면 매리는 자신도 모르게 무결을 사랑하게 되겠지요.

반면 정인은 스펙 상으로는 최고의 남편감입니다. 외모되지, 재력되지, 매너있지, 여자들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이 삼박자가 정말 여자들에게는 입맛을 다시게 만듭니다. 정말 매리의 아버지 위대한의 말처럼,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그런 결혼을 안 시키려고 할까요? 물론 남녀간의 사랑을 뺀 조건만으로 봤을 때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최고의 조건을 갖춘 정인이지만, 정작 매리에게 정인의 첫인상은 그저 몸서리가 절로 쳐질 정도로 기분 나쁘게 그리고 예의바른 정중한 싸가지일 뿐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지만요.

이처럼 매리는 최악의 남편감 무결과 최고의 남편감 정인을 두고, 100일 동안 직접 체험하고 겪어본 뒤에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리는 이미 그 선택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데요. 매리는 자신을 위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채, 화려한 솔로가 되겠다고 합니다. 과연 이것이 매리는 외박 중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벌어질 매리와 무결, 정인, 그리고 서준 사이의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수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생겨나면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매리는 왜 외박 중일까?

그나저나 제가 매리는 외박 중을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바로 "왜 제목이 매리는 외박 중일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리는 외박 중은 매리가 남편이 두 명인 이중 결혼 생활을 하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결국 남편이 두 명인 매리의 황당한 결혼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말인데요.

그런데 매리가 외박 중이다? 외박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집이나 일정한 숙소에서 자지 아니하고 딴 데 나가서 잠'을 뜻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있어 외박이란 단순한 그런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보통 부부 사이에 누군가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외박을 했다고 하면, 과민하게 반응하며 다른 이성과의 잠자리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즉 매리가 여행 중도 아니고, 가출 중도 아니고, 바로 외박 중이라는 말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결혼 생활을 뜻합니다. 또한 외박은 시간적으로 단기적인 의미를 지니는데요. 매리가 100일 동안 무결과 정인 사이에서 이중 결혼 생활을 하며 지내는 그 기간이, 제 2의 인생의 시작이라 불리는 결혼 이후의 인생에 있어 바로 외박 중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매리는 외박 중은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에 대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2화에서 서준은 정인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결혼 안 어울리는데. 재미없는 쇼윈도 부부로 살 거 같아요.
주위에 꽤 많잖아요. 대충 혼기 돼서 조건 맞춰서 식 올려놓고 결혼 따로 연애 따로.
그러면서 결혼은 왜 하는 거야? 평생 한 사람이랑 살라는 1부 1처제는 너무 가혹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혼율이 느는 건가? 결혼 제도 좀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랑이 없는 결혼, 불륜, 스와핑 등 결혼에 대해서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시대 속에서 높아져만 가는 이혼율, 게다가 돌싱남과 돌싱녀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느껴지는 분위기까지(이혼남과 이혼녀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라, 단순히 결혼과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만을 말합니다), 또한 결혼을 하더라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거나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애초에 결혼은 생각하지 않은 채 독신주의를 주장하며 화려한 싱글로 자유롭게 인생을 살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매리는 외박 중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결혼에 대한 가벼움이 단순히 제도적 문제인지, 사랑과 행복이라는 것이 전제되지 않아 생기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사랑이냐? 조건이냐? 라는 극과 극의 상대를 통해 단순 결혼 전 동거가 아닌, 결혼 후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외박 중이라는 진정한 의미는 매리가 어이없고 황당하게 시작된 이중 결혼 생활을 통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리가 외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선택을 하게 되겠지요.

이처럼 매리는 외박 중은 사랑과 조건 중에서 사랑이 선택되는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딜레마를 겪게 됩니다. 왜냐하면 매리가 이중 결혼 생활을 하고 100일 뒤에 사랑과 조건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다고 하나, 정작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것은 바로 조건 쪽이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매리가 나중에 무결을 선택하게 된다면, 매리는 정인과 이혼을 해야 합니다.

사랑이냐? 조건이냐? 이 문제는 이제 이상이냐? 현실이냐?의 문제로까지 커지게 되었는데요.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가 바뀌는 것이 결코 단순히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만듭니다. 과연 매리는 외박 중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제작진이 매리는 외박 중의 결말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벌써부터 자꾸만 궁금해집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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