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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음란물 사이트 차단이 개인의 자유 침해인가[기자수첩] '양성갈등'·'과잉 규제 논란' 부추긴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하여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2.14 16:3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불법·유해사이트 접속 차단을 강화하는 정부의 'SNI 필드 차단 기술' 도입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검열·감청 논란을 넘어 정부가 합법적인 성인물 사이트에 대해서도 접속을 차단하려 해 '성인문화를 즐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려고 한다는 불만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 침해 주장까지 논란의 층위에 담아 불법 음란물에 대한 피해 방지 대책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정부의 설명, 전문가들의 의견, 시민단체 입장 등을 종합하면 이번 접속차단 조처가 검열·감청 등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없거나,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접속차단의 주체가 정부가 아닌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즉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처로 검열·감청이 가능해질 것이라거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시민단체 측 문제의식은 이와 같은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강해진다는 점으로 이는 정책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이다. 불법·유해사이트를 선별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형식상 독립 민간기구라고는 하나, 사실상 행정력을 행사하는 기구로 위원들은 정부·정당 추천으로 구성된다.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강해져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 측 주장은 그래서 일리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을 넘어 '성인문화를 즐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일련의 비판은 불법 음란물 유통에 의한 성폭력 피해와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정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치는 해외 불법·유해정보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강화가 목표다. 기존에는 정부가 불법·유해 사이트를 차단하더라도 해외사이트는 방치되거나 우회접속 방식으로 차단된 사이트에 접속하는 등의 문제점이 '상수'로 존재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통해 불법·유해사이트라고 판단해 삭제·차단 결정을 내린 건은 23만여건이지만, 그 중 70%에 해당하는 18만여건에 대해서는 해외사이트라는 이유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인터넷 상에서의 불법 음란물 확산 속도와 발생 피해를 고려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번 정책이 '성인문화를 즐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합법적인 성인물에 대한 접근차단을 우려한다. 이에 대한 방통위의 설명은 형법상의 음란물 유포죄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른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불법영상물에 한정한 접속차단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차단된 불법·유해사이트 총 895개 중 776개(86.7%)는 불법 도박 사이트이며 96개(10.7%)가 음란물 사이트다. 

다시 방통위 설명을 기준으로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의 우려를 구체화시켜보면, 합법적인 성인물과 불법 음란물이 혼재되어있는 사이트의 경우로 경우의 수를 좁혀볼 수 있다. 이는 불법음란물만 골라서 취급하는 사이트보다 일반적인 경우라는 점에서 결국 '개인의 자유 보장이냐, 아니면 불법음란물 피해차단이냐'라는 정책적 가치판단의 문제로 좁혀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정책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 둘을 놓고 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정책의 본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꼴이다.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측 뿐만 아니라 언론 역시 해당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논란의 층위에 포함시키는 보도행태가 바람직한지 따져볼 일이다. 

"정부가 어제부터 한층 강력한 기술로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단 범위가 워낙 넓고 법 테두리 안에 있는 성인 사이트까지 차단시키면서 '성인 문화를 즐길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 MBC<"불법사이트 막아야"vs"개인의 자유 침해">. 2월 12일.

"불법 음란 동영상 등을 보기 위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차단 기술을 내놓자 또 양성 갈등이 불붙었다. 남성 이용자가 몰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과잉 규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반면 여성계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 서울신문 <"과잉 규제" "당연한 일"… 양성갈등 불붙인 '야동 사이트' 차단>. 2월 13일.

13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포르노를 볼 권리?', 여성의 삶을 침해할 수 있는 자유나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사성은 "일부 언론은 정부가 개인 사생활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지의 기사를 뽑아내며 이와 같은 조치가 과잉 규제가 아닌지를 문제 삼고 있다"면서 "일부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폭력성과 불법성이 명확히 판단된 플랫폼에 대한 개입은 인권을 해치기 위함이 아니라 그동안 침해받아왔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사성은 "수많은 ‘합법’ 콘텐츠, ‘동의 하에 찍었다고 주장하는’ 포르노 중 단 하나의 피해촬영물이라도 함께 유통되고 있다면, 그리고 해외에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피해경험자가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실현할 수 없도록 책임을 피하고 있기까지 하다면 차단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첫 시도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조치의 목적의식과 온라인 공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 자체를 사생활 침해나 표현의 자유 침해로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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