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5G 상용화 시대를 맞아 통신업계가 망 중립성 원칙 폐기·완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5G라는 기술 때문에 망 중립성 완화를 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연대 활동가는 13일 열린 <5G 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 중립성 규제> 세미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 처음에는 ‘망 중립성 정책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하지만 결국 5G라는 기술 때문에 망 중립성 완화를 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포털사이트 다음 백과사전은 망 중립성에 대해 '유·무선 통신망을 갖춘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인터넷사업자들에게 어떤 차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통신망을 오가는 데이터나 콘텐츠는 개인이 이용하든 기업이 이용하든 차별해선 안 되고, 대용량 데이터든 소용량 데이터든 차별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KT·SK브로드밴드·유플러스 등 통신업계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른 통신사의 수익성 보전 및 5G, IoT 등 신성장 사업 투자를 위해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망 중립성 완화 또는 폐지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통신사들은 5G를 근거로 망 중립성 완화·폐기를 주장하지 않았다. 프로드 소렌슨 노르웨이 통신위원회의 수석자문은 “BEREC(EU의 전자통신규제기구)에서 지난해 공청회를 열어 통신사업자의 의견을 받은 바 있다”면서 “당시 통신사는 (5G와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로드 소렌슨 자문은 “5G로 인해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통신사 역시 뭐가 문제인지는 모른다는 뜻”이라면서 “BEREC 역시 5G 시대에 망 중립성 원칙은 문제 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5G 시대의 망 중립성 원칙은 4G와 다를 것 없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책임연구원은 “EU의 망 중립성 원칙 강화 추세와 달리 한국에서는 5G 시대를 맞아 망 중립성을 완화·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서 “5G 활성화를 위해 망 중립성을 완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도연 연구원은 “망 중립성 원칙을 고수한다고 해도 합리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다”면서 “(망 중립성 원칙과 5G가) 서로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이용료를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일부 언론은 유튜브·페이스북 등 해외 CP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가 많으므로 해외 CP가 한국에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오병일 활동가는 “해외 CP에 트래픽을 요청하는 것은 국내 이용자”라면서 “해외 CP의 트래픽이 높다는 것이 망 이용료 부담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해외 기업이 인터넷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는데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주의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라면서 “네이버를 사용하는 해외이용자가 많다고 해서 네이버가 해외 통신사에 이용료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3일 오픈넷에서 주최한 <5G 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중립성 규제> 세미나 (사진=미디어스)

오병일 활동가는 “현재 국내의 프레임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 vs 국내 기업’”이라면서 “통신사업자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통신사업자는 ‘우린 협상력이 없고,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해 트래픽을 통제할 수 있어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CP와 국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하면 콘텐츠 사업자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5G 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중립성 규제> 세미나는 사단법인 오픈넷 주최로 13일 서울 서초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렸다. 발제는 프로드 소렌슨 노르뤠이 통신위원회 수석자문이, 좌장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조대근 잉카리서치앤컨설팅 대표컨설턴트·김도연 인터넷기업협회 책임연구원·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