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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업자 손흥민 골! 토트넘 도르트문트 3-0 완파, 8강 간다[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스포토리 | 승인 2019.02.14 10:42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훨훨 나는 손흥민이 이번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홈경기라는 점에서 토트넘은 승리가 간절했다. 많은 점수차로 승리를 해야만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도르트문트는 반대의 경우다. 최소한의 실점 혹은 승리를 하고 홈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역대급 활약 펼친 베르통언과 양봉업자의 완벽한 선제골, 토트넘을 깨웠다

3일을 쉬고 다시 경기에 나선 토트넘 선수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EPL에서 유일하게 한 선수도 영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팀의 핵심 선수들인 케인과 알리마저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스쿼드가 다른 팀들에 비해 헐거운 상황에서 핵심 선수 두 명까지 빠졌지만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승리의 여신처럼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돌아와 골을 넣자, 토트넘은 다시 승리만 아는 팀이 되었다. 손흥민 부재 시 연패에 빠졌던 팀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아시안컵 이후 손흥민은 연속 경기 골을 넣었다. 그리고 UCL에서 만난 팀이 돌문이라는 점에서 손흥민에 대한 기대는 컸다.

독일 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돌문만 만나면 훨훨 날던 그의 모습은 영국으로 진출한 후에도 여전했다. 리버풀의 놀라운 성적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돌문을 이끌던 시절 손흥민은 맹활약했다. 클롭 감독이 누구보다 손흥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EPA=연합뉴스]

전반전은 돌문이 앞섰다. 그리고 최소 2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의 골문을 단단하게 책임지는 요리스의 선방은 오늘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토트넘은 잦은 실책이 나오며 공격의 맥이 끊기는 등 좋은 모습들은 아니었다.

연이은 강행군에 선수들이 지친 탓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끄러운 공격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렇지 못하고 실책으로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는 상황은 아쉬웠다. 원톱 없는 스리톱으로 나선 모우라가 전반 좋은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공격력을 원한 감독과 팬들의 바람과 달리 모우라의 오늘 경기력은 아쉬움이 더욱 컸다. 스피드도 나오지 않고 송곳 같은 슛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공격력은 더욱 답답하게 만들 뿐이었다. UCL 16강전에서 돌문을 만난 토트넘은 4백이 아닌 쓰리백으로 나섰다.

수비수인 베르통언을 윙백으로 옮기며 중간 4선으로 허리를 단단하게 한 전략은 후반 시작과 함께 폭발했다. 전반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던 토트넘을 다시 깨운 것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좌측 라인에서 공을 잡은 베르통언은 자신을 보며 공간을 찾아 나가는 손흥민을 향해 환상적인 패스를 했다.

190cm가 넘는 돌문의 수비수를 살짝 넘기며 떨어진 공을 완벽하게 제기차기하듯 차 넣은 손흥민의 골은 놀라웠다. 슛 장면만 보면 얻어 걸린, 쉬운 골 정도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베르통언이 공을 잡은 순간 손흥민이 중앙에서 보인 모습은 그가 왜 이제 월드 클래스 선수인지 잘 보여주었다.

손흥민의 골 장면 [AP=연합뉴스]

빈 공간을 찾아 빠르게 움직이며 베르통언이 어디로 패스를 해야만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과정이 좋았다. 아무렇게나 패스를 할 수는 없다. 정확한 목표 지점을 알려줘야 패스하는 선수도 편하다. 그런 지점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좋았다. 그렇게 손흥민이 후반 시작과 함께 2분 만에 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전반전 내내 실책과 아쉬움이 이어지며 실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던 토트넘은 후반 2분 만에 터진 손흥민의 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 전 11경기 출전해 9골을 넣게 되었다. 한 팀에 이토록 강한 선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봉업자로서 임무를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후반 38분 추가골이 터졌다. 이번에는 베르통언이 골을 만들었다. 실책도 있었던 오리에가 얼리 크로스를 완벽하게 올렸고, 좌측에 있던 베르통언이 완벽하게 골로 연결하며 2-0으로 경기 차를 벌렸다. 간만에 보는 슈퍼맨 퍼포먼스를 하는 베르통언은 오늘 경기의 히어로였다.

손흥민의 골 이후 돌문은 전반전과 다른 상황에 처했다. 토트넘의 압박에 흔들리고 공격에서도 잦은 패스 미스를 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손흥민은 골만 넣은 것은 아니었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패스로 상대를 압박하는 장면들도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시소코와 궁합이 잘 맞는 손흥민은 스피드를 완벽하게 살리는 논스톱 패스로 시소코의 스피드와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런 식의 물 흐르듯 공격을 이끄는 능력이 진정 손흥민의 가치다. 꼭 필요할 때 골을 넣고 경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패스와 공간 장악력 등은 손흥민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줬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손흥민(왼쪽)과 페르난도 요렌테 (로이터=연합뉴스)

2-0 상황에서 마지막 골은 후반 교체 투입된 요렌테의 몫이었다. 케인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은 요렌테는 반전을 이끌어냈다. 그 전까지 토트넘 탈출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린 요렌테는 토트넘에 더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에릭센의 코너킥을 헤더 골로 연결한 요렌테의 마무리로 토트넘은 홈에서 도르트문트를 3-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원정 경기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 진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올 시즌 UCL 첫 골을 기록한 손흥민으로 시작한 토트넘의 공격력은 원정 경기 승리에 대한 기대치도 높였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영국 현지 카메라가 손흥민을 집중 조명한 것은 그만큼 그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후반 44분 라멜라와 교체되어 들어가는 상황에서 홈 팬들이 보인 열광적인 모습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선수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시즌 16호골을 넣었다. 최근 4경기 연속골도 이어갔다. 12경기에서 11골을 넣었다.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지만 손흥민은 팀이 어려울 때 완벽한 모습으로 팀 연승을 이끌고 있다. 이 정도면 이제 손흥민의 능력을 의심할 그 어떤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손흥민의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체력 안배만 잘 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 보인다. 포체티노 감독은 돌문과 16강 1차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긴 휴식을 주겠다고 공헌했다. 한정된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최선이다. 이제 케인과 알리까지 다시 합류하게 될 토트넘의 DESK가 리그 우승까지 노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스포토리  jhjang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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