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 기사와 그 근거가 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보고서(책임연구원: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 대한 언론계 종사자들의 비판이 거세다.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이 편향적이라는 연구결과와 보도내용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과 함께, 연구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 연구소였다는 점에서 '언론-학계 카르텔'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13일 <조선일보는 '지상파의 공정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 정부 여당에 주파수를 맞췄다'는 식의 조선일보 프레임은 날조된 허위로, 현장 PD들을 모욕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김어준·김용민, 정부 일방적 옹호… KBS 진행자는 청와대 입성>. 조선일보. 기획 05면 2019/02/11

특히 PD연합회는 기사의 근거가 된 연구의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기사가 언론계-학계의 적폐 카르텔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 보고서는 다름아닌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지원을 받은 결과물"이라며 "애초 조선일보의 입맛에 맞게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기사를 썼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합회는 "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추천 방심위원을 역임하는 등 자유한국당 편향을 보여 온 인물로, 지금 조선일보에 칼럼을 연재하는 중"이라면서 "이번 기사는 학계가 연구 용역을 받아서 보고서를 쓰면 이를 언론이 받아쓰고 정치권에서 이 보도를 근거로 '방송이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는 전형적인 언론계-학계-정치권의 적폐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연합회는 "공정성 평가지수도 없고, 편향성과 논쟁적 사안이 뭔지 정의조차 내리지 않는 등 정상적인 연구보고서가 갖춰야 할 연구 방법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의문을 표했다.

<엄정하고 독립적으로 연구… 모든 데이터 공개하겠다>. 조선일보. 기획 06면. 2019/02/13

같은 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브로커와 기사 거래한 조선일보, 공정성 비판은 자사 기사부터 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조선일보에게 충고한다. 지상파의 편향성을 시비 걸기 전에 브로커로부터 명품 스카프 받고 전별금 챙기고 자식 취업까지 청탁한 조선일보 기자들의 타락과 기사거래의 관행부터 공개적으로 반성하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최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전·현직 간부들은 홍보대행사 뉴스컴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고 기사를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보고서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KBS본부는 "(윤 교수가)조선일보와 친하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윤 교수의 보고서가 신뢰할 수 있느냐이다"라고 설명했다.

KBS본부는 "보고서는 분석방법에서 '편향성 지수'라는 것을 도입해 프로그램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채택했다"며 "공정성이나 객관성으로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계량화 할 수 있는지 본질적인 의문에서부터, 개별 사안의 경중이나 바뀐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 균형성만을 따지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평가인지, 저널리즘 본령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3일 윤석민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 연구재단이다. 연간 4~5개의 언론 관련 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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