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KBS 수신료 체납 가산금 인하, 수신료 면제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KBS는 개정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재원감소 우려 등으로 반대의견을 제출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13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수신료 체납 가산금 인하 ▲면제 절차 간소화 ▲수신료 감액제도 고지 강화 ▲수상기 미소지자의 수신료 환급 근거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수신료 체납 가산금 비율이 너무 높고, 수신료 선납 할인제도가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민원제기와 국회 지적 등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수신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부담해야하는 '가산금'은 현행 5%에서 3%로 인하된다. 수신료와 성격이 유사한 다른 부담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가산금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다.

수신료를 미리 낼 경우 6개월당 월수신료의 50%(1250원)을 할인해주는 '선납 감액제도'의 고지 의무화도 적용된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KBS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선납 감액제도에 대한 설명을 고지해야한다. 방통위 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감액제도가 적용 시 전기요금과의 분리징수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상기 등록자 뿐 아니라, 수상기 미소지자에 수신료가 잘못 부과된 경우 이를 환급받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된다. 기존에는 수상기 등록자에 대해 잘못 부과된 수신료에 대해서만 환급 근거가 마련돼 있었다.

아울러 방통위는 수신료 면제신청 대상 중 별도의 증빙 없이 신청가능한 대상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시·청각 장애인 등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전력사용이 저조하거나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 한해 적용됐던 사안으로, 확대 대상자들은 면제 자격을 증빙하는 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했다. 개정 후에는 KBS 또는 한국전력이 직접 보건복지부 전산시스템을 통해 대상자를 확인하게 된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해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KBS는 재원감소 우려 등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체납가산금 인하의 경우 수신료 납부 부담이 줄어들고, 동시에 KBS의 재정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반대의견을 냈다. 선납 감액제도의 경우에는 실익이 낮고, 숙박업소 등 영리업자들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경우 재원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방통위는 KBS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속 공영방송의 재원위기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이번 개정안이 이용자 권익과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허욱 상임위원은 "감액제도 고지 의무화는 제도의 신설이 아니라 현재 있는 제도를 적극 안내하는 것"이라며 "가산금 인하도 규제형평성을 높이는 것으로 KBS의 일부 재원 감소가 있더라도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개정안에 동의를 표했다.

표철수 상임위원도 "KBS의 주요 재원은 수신료다. 수신료 감액 제도는 당연히 KBS가 늘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고, 김석진 부위원장도 "KBS의 이런 자세는 옳지 않다. 예전처럼 수신료 내라면 내고 하는, 땅 짚고 헤엄치던 시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해당 안건에 KBS 공정성 문제를 결부시켜 안건의 본질을 저해한다는 타 위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조선일보가 발주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윤석민 교수가 내놓은 지상파 TV·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며 "공영방송들이 대단히 편파적인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는 발표 내용을 접했다. 왜 수신료를 회피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상파 프로그램 공정성 시비가 있다는 지적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특정 언론에서 직접 용역을 줘서 기사화하고 있다"며 "연구용역을 준 주체가 이를 이슈화하는 자체가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 상임위원은 "애초 발주처도 나오지 않았다. 연구 내용과 목적, 방법론 등이 전부 투명하게 공개되었어야 한다"며 "이 검증되지 않은 연구보고서를 가지고 프로그램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안건이 올라와 있을 때는 안건과 관련해 논의해야 한다"며 "KBS 공정성 문제는 안건과 관계없는 사안이다. 이걸 빌미로 보도까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절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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