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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정규직 전환인가, 비정규직 물갈이인가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력공채 진행…정규직전환 대상자도 '경쟁 채용' 대상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2.12 08:5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유로 전환대상 직무에 대해 공개채용을 실시해 논란이다. 전환 대상 직무에 재직하던 기존 계약직 직원들을 공채 시험 대상으로 분류해 재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해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EBS는 지난달 18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환대상으로 확정된 직무에 대한 공개채용을 공고하고자 한다"며 경력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부문은 ▲디지털아카이브(2명) ▲작화(1명) ▲방송운행보조(1명) ▲콘텐츠기획(1명) ▲건축(1명) 등이다. 

문제는 정규직 전환 대상 직무에서 근무하던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같은 공채 시험을 보게 한다는 데 있다. EBS는 채용 공고문에서 "동 채용공고는 제한이 없는 공개경쟁 채용 공고"라면서 "단, 2017년 7월 20일부터 2019년 1월 18일까지 전환대상 직무에 재직 또는 퇴직한 기존근로자에게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의 의결 사항에 의거해 서류전형면제 및 필기시험의 5% 가점을 부여한다"고 했다.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계약갱신 또는 전환이 아닌 공개채용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식이다. 채용과정은 서류심사→일반상식 필기시험→인성검사→실무면접 및 역량평가→임원면접 순으로 일괄 진행된다. 기존 계약직 경력 사원에 대한 근무평가나 전문성 평가는 없다. EBS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 직무로 분류된 직무는 총 17개로 향후 해당 직무에 소속된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같은 방식의 공개채용이 실시될 전망이다. 2017년 기준 EBS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45명(29.3%)으로 전체 직원의 30%에 육박한다. 이는 공영방송 KBS(14.6%)의 두 배 이상, 민영방송 SBS(17.1%)보다 10%p 이상 높은 수치다. 

EBS 채용 시스템 페이지 갈무리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 근로자의 전환 채용 원칙은 '현 근로자의 전환'이다. 전환 채용 대상자에 대해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어떤 평가 절차를 거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으나,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지나치게 저해해서는 안 되며 평가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대상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결정기구인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역시  해당 직종의 근로자 대표, 기관 실무 책임자,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으로부터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심의회 출석, 간담회, 현장방문 등 다양한 형태로 의견수렴을 해야한다.

예외적으로 '경쟁 채용'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경쟁 채용' 요건은 전문직 등 청년 선호 일자리, 인원이 주기적으로 변경되는 경우, 업무 특성 상 공개경쟁을 실시할 합리성이 있는 경우 등이다. EBS는 '청년 선호 일자리' 명분으로 해당 공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따르면 간담회, 설명회, 전환심의위 회의 참석 등 당사자 의견수렴 절차는 없었다. 오히려 전환심의위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관련 내용 전달이 이루어졌다. 더구나 이번 상반기 공채와 관련 상대적으로 계약만료 기간이 많이 남은 직무 대상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거나 전환심의위 결과를 공지사항이 아니라 업무전달 방식으로 전달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도 채용공고가 발표돼서야 관련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BS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사측 3명,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측 3명, 외부위원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외부위원 3명은 고용노동부 추천 1명, 타 공공기관 정규직전환 심의에 참여했던 외부전문가 2명으로 구성됐다.  EBS 내부에 기간제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별도로 없는 상황에서 정작 정규직 전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만한 창구는 없었다고 한다. 

한편, 이 같은 문제는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천공항공사는 전체 정규직 전환 대상자 비정규직 1만 여명 중 2000여명의 일자리를 고용 승계가 아닌 경쟁 채용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2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시행일자(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인원들로,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입사한 경우를 차단해야 한다는 게 경쟁채용의 이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청공항지역지부는 2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정책에 의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며 40여일이 넘게 천막농성 중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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