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IT 기업 네이버에서 노동 쟁의행위가 본격화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첫 공식 쟁의행위를 펼칠 계획이다. 3월 말경에는 대규모 쟁의행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인터넷·게임 업계에서 최초의 일이다.

네이버 사측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네이버 노동조합은 직원 2000여 명의 의견을 수렴해 총 125개 조항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15차례에 이르는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11일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키는 사원노조 공동성명)

이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2년간 근무시간을 충족(만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안식 휴가 제공 ▲남성 직원에게 유급으로 10일의 출산휴가 제공 ▲인센티브 제도 투명화 등을 골자로 하는 조정안을 내놨다.

노동조합은 이를 수용했지만 사측은 “업무 유지를 위한 필수인력인 협정근로자를 지정하지 않는다면 추가 협의를 하지 않겠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중노위의 조정안이 결렬된 후 노동조합은 쟁의 찬반투표를 했고,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결정됐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11일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그린팩토리 본사에서 첫 공식 쟁의행위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3월 말경 화섬노조와 연대해 대규모 쟁의행위를 고려 중이다.

노동조합은 “경영진은 노동 삼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갖추지 못했고 노동조합 측의 대화 노력과 대승적 양보에도 조정안을 거부하는 등 후진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네이버 지회장은 “네이버의 경영진 중 누군가에게는 노동조합 설립이 억장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면서 “네이버의 경영진은 인센티브 지급의 ‘객관적 근거’만이라도 알려달라는 정당한 요구조차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지회장은 “네이버의 경영진, 특히 이해진 총수, GIO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이라면서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는 경영진의 노동 삼권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수준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이 네이버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지회장은 “중앙노동위의 조정안을 노동조합은 수용했으나 회사가 거부해 노동조합에 쟁의권이 생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경영진은 ‘협정근로자’안이 조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이는 논리적 모순이 있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지회장은 “협정근로자는 쟁의할 수 없는 노동자를 정하는 것”이라면서 “쟁의로 인한 불편이 우려돼서 쟁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 경영진의 태도가 모순이 아니면 무엇인가. 노동 삼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협정근로자 지정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지회장은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동조합은 없다”면서 “앞으로 조합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지금과 같이 노동 삼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경우 파업은 회사가 선택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화섬노조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와 네이버의 관계회사인 컴파트너스·라인 플러스·NIT·NBP·NTS 의 노동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네이버지회는 6개 회사의 통합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법인별 교섭을 진행했다. 네이버·컴파트너스·NBP 등 3개 법인 노동조합은 이번 쟁의행위에 참여하고, 라인플러스·NIT·NTS 등 3개 법인은 노사 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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