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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신작, 유바리영화제 개막작 선정? 영화제의 슬로건에 충실하라[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9.02.10 20:42

MBC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거장의 민낯, 그 후' 방영 이후 배우 조재현과 함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 그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8)이 오는 3월 7일 열리는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유바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바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된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어 처음 공개된 작품이며, 일본 배우 후지이 미나와 오다기리 죠를 비롯해 장근석, 안성기, 이성재, 류승범, 성기윤이 출연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이후 국내 개봉을 추진했다가, <PD수첩>을 통해 김기덕 감독 성폭력 문제가 제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김기덕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해외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됐단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많은 여성 단체들은 유바리영화제 측에 개막작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등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8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당시에도 세계적인 미투 운동(#MeToo)의 흐름과 맞지 않은 내용으로 냉담한 평가를 받았고, 김기덕 감독은 영화촬영과정에서 '연기지도'라는 어이없는 폭행에 대해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영화제 기간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변명과 억울함을 호소하여 비판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베를린국제영화제 이후, 한국의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을 통해 다시금 고발된 김기덕 감독은 역시나 반성은커녕 <PD수첩> 제작진과 피해 여성배우를 무고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취재 과정을 살펴봤을 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제작진과 피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기에 한국에서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봉이 취소된 것"이라고 덧붙이며, "세계적인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영화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인권침해의 문제에 침묵하고 가해자들을 계속 지원하거나 초청하고 캐스팅하기 때문"이라며 김기덕 영화 개막작 상영 취소를 강하게 요청하였다.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 성명서에 따르면, 유바리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슬로건)는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제'라고 한다. 하지만 성명서가 꼬집은 것처럼, 영화계 내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외면하는 영화제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까. 

김기덕 감독 영화가 유바리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국내 여론은  비판일색이다. 민우회 측이 발표한 성명서처럼,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고, 검찰 또한 김 감독이 <PD수첩> 제작진과 피해 여성 배우에 제기한 무고죄 고소에 제작진과 피해 여성 배우의 손을 들어 주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건이다.

그럼에도 유바리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고, 이를 취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해진다. 부디 유바리영화제가 뒤늦게라도 영화예술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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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돌양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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