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 대세로군요. 슈퍼스타K 시즌2의 열풍이 불어온, 여기저기서 심사위원들을 세우고, 각가지 분야의 지원자들을 서로 경쟁 붙여 승리자를 선별하는 이 돌림노래 같은 따라하기는 2010년 연예계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충격입니다. 그 단물에 혹해서 어설프게 반복하려는 변종도 있고, 큰 틀만 유지하고 살짝 비틀어서 아닌 척 생색을 내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매번 수없이 반복되어 온 잘나가는 히트상품 뒤에 줄서기일 뿐입니다. 그러니 누가 원조이니,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냥 따라하려면 제대로, 자신들의 색깔을 멋지게 배합해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자체를 누리는 것이 차라리 덜 피곤하게 TV 속 세상을 즐기는 방법이에요.
그것은 꽃다발의 구성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특성입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선임자들만으로도 포화상태이건만 거기에 더해 매달, 매주 새로운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세상만큼 잔혹한 경쟁이 어울리는 대상들은 없어요. 추하게 망가져도 상관없고, 무식이 탄로나는 것도 문제가 안 되는, 오직 한번만이라도 카메라에 얼굴을 드러내고 자기 그룹의 이름이 부각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이들에게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경쟁이거든요. 주제는 바뀌고, 출연하는 걸그룹의 얼굴들도 조금씩 바뀌지만 모두 같은 처지의 동년배 경쟁자들과 꾸미는 프로그램인 꽃다발은 어쩌면 가장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그리고 제일 잔혹한 경쟁 무대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주 직접 영화감독까지 섭외해서 오디션을 통해 출연 배우를 선별하고 직접 캐스팅까지 보장해준 방송이야말로 정말로 꽃다발스러운 내용이었죠. 배우로서의 활동반경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말로 절실한, 하지만 그 방식은 너무나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괴이하게 꼬여있는 내용이었거든요.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잡다한 영화상식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이들이 수행했던 오디션의 내용들이 과연 해당 영화 배역에 적합한 배우를 뽑는 데 얼마나 적합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쁜 걸그룹 멤버들이 과감하게 망가지는 것으로 묘한 재미를 주고, 그 마지막은 출연한 이들을 자연스레 포장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정석적인 내용이었죠.
하지만 정작 그녀들의 영화배우 도전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런 따라하기, 배우를 향한 열정, 점점 더 짓궂어지고 편해보이는 김용만-정형돈 두 MC의 능글거림이 아니었습니다. 1위 수상으로 새로운 영화 리틀히어로의 출연이 확정된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의 명민함이 그것이었죠. 그녀를 처음 알렸던 KBS의 청춘불패에선 백치를 넘어 머릿속이 하얗다는 백두라는 캐릭터를 맡고 있지만, 그녀를 보면 볼수록 여간내기가 아니거든요. 사실 그녀는 바보라기보다는 교묘한 똑똑이, 아니면 방송이 무엇인지를 아는 능숙한 연기쟁이입니다. 바보 역할은 사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해야 살아나는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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