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오는 27일과 28일 이틀 일정으로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신북풍’으로 규정했다. 겨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북미회담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북풍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 북풍을 계획하지 말라고도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엄중한 의제를 다룰 북미정상회담을 신북풍으로 규정하는 것부터가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자신들의 과거 북풍조작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신북풍론 주장에 앞서 과거 북풍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 Ⓒ연합뉴스

북풍은 과거 대선 때에 안보불안이나 전쟁위기 조성 등을 선거에 이용한 사례를 의미한다. 대선을 앞두고 북에 휴전선에서의 무력도발을 요청한 총풍사건이 대표적이다. 북풍은 분단의 현실을 선거에 악용한 추악한 정치의 산물이다. 자유한국당이 북풍이란 단어를 꺼낸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는 말이 들린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신북풍 주장은 경험에서 비롯된 의심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일단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지방선거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지장을 초래하기 위해 정해졌다는 말을 귀담아들을 어떤 합리적 근거는 없다. 대신 자유한국당의 신북풍 주장에는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을 발견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후 국회에서 집단으로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다고 했다. 그 사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어도 잊지는 않았다. 몇 달 지나자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북미정상회담 때문이라고 말을 바꾼 자유한국당에 시선이 곱지 않다.

북미정상회담이 북풍이라면 이런 북풍은 '사시사철 불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 반응이다. 자유한국당의 신북풍 주장에 흔들리기에는 시민의식이 너무 높아졌고, 더군다나 한반도 평화가 가져올 선물 또한 어마어마하다. 소소하게는 옥류관 냉면부터 크게는 유럽으로 이어질 선로까지 한반도 평화가 열어줄 미래는 희망차다.

트럼프·김정은, 27~28일 베트남서 2차 정상회담 [싱가포르 통신정보부·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남북관계개선으로 인해 제시된 새로운 한반도 경제지도는 국민들에게 미래한국의 희망을 심어주었다. 당연히 전제는 평화다. 평양과 백두산을 자유로이 오가는 평화세상의 가슴 벅찬 기대가 자라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신북풍 주장은 다른 말로 평화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고백이고, 냉전의 방식을 버리지 못한 수구본색의 발현일 따름이다. 냉전적 사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발전 대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몰된 본색을 자인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북미정상회담이 북풍이라 치더라도 이 바람은 삭풍이 아닌 훈풍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의 바람이다. 이 바람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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