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미드나잇 서바이벌은 다시 한번 무도스러운 풍자로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주었습니다. G20을 앞두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보이는 정부와 청와대 대포폰, 민간이 사찰 등 믿을 수 없는 사회를 조장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풍자는 유쾌하기만 하지요.

도망자를 위한 설정과 현실 풍자가 주는 즐거움

무도 팬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듯이 현재 KBS에서 방송중인 <도망자>의 천성일 작가가 무도 왕팬이지요. 극중 무도 에피소드를 노골적으로 등장시켜 팬 인증을 할 정도로 천 작가의 무도 사랑은 극진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천 작가의 애정 표현에 태호 피디 역시 <도망자>를 위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적이 있었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추격전을 다룬 <미드나잇 서바이벌>입니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단 3시간 동안 최후의 일인이 남으면 끝나는 게임은 철저하게 <도망자>의 표피에 현실을 풍자한 즐거움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6년 동안 함께 해왔던 이들에게 '제거'라는 명령을 내리고 준비된 위치추적기를 빙자한 대포폰을 나눠주고 서로를 감시하게 만드는 상황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보여주었던 수많은 추격전을 생각해보면 이번 '미드나잇 서바이벌'은 흥미롭게 볼 수 있었을 듯합니다. 시간 안에 남는 최후의 한 명에게 제작진들이 소원을 들어주는 이번 미션은 철저하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야밤에 집합한 그들은 제작진이 전달한 캡슐을 먹습니다. 캡슐이 위치추적기라는 제작진의 말에 황당해하는 그들에게 위치추적기라며 휴대폰을 나눠줍니다. 사실 캡슐은 거짓말이었고 제작진이라는 절대적인 결정권자가 대포폰을 나눠주고 서로를 사찰하게 만드는 설정이었지요.

민간인 사찰뿐 아니라 같은 여당이지만 비판적인 몇몇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사찰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서바이벌'과 유사했습니다. 김태호 피디라는 절대자에 의해 농락당하고 서로를 감시하고 추적하며 배신하는 이 상황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의 최강자인 홍철과 눈치만 보는 우직한 준하의 대결은 오늘 방송된 '미드나잇 서바이벌'의 백미였습니다. 매번 배신의 아이콘인 홍철에게 당하기만 하던 준하는 연대해 홍철을 잡아보자는 다른 이들의 제안에도 홍철을 택하고 마지막 순간 배신을 당하고 맙니다.

홍철과 준하의 이야기가 전체극을 이끄는 재미였다면 사회를 풍자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압권은 재석이 준하와 형돈과 만나 삼자대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국민들은 정부를, 정부는 국민을 믿지 못하고 서로 총을 겨누는 대치 국면에 중재하던 존재마저도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되는 상황은 믿음과 신뢰가 사라진 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예능감이 충만해지며 최고의 존재가 된 형돈은 모두를 배신하는 배신남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믿었던 이를 바로 앞에서 총으로 쏴버리는 섬뜩함은 향후 무도 내 홍철과의 브레인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듯합니다.

G20 정상회의가 서로를 믿고 문제를 해결해 함께 잘 살자는 표면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제 믿을 수 없는 관계임은 그 동안의 과정을 통해서 충분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각국의 정상들과 재무장차관들이 함께 하는 G20은 G7에서 확대되어 세계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재편하겠다는 회의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서로를 믿으며 상생하는 방법들을 택하기 보다는 형돈이 굳게 손잡은 재석을 바로 눈앞에서 배신하는 것처럼 웃으며 서로를 속이려는 그들에게 G20은 가진 자의 배만 불리는 회의일 뿐입니다.

쥐20으로 명명된 행사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고 잡혀가는 상황과 고3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휴교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서는 안 되고 택배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은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모호하게 합니다.

이런 시점에 도심을 휘젓고 다니며 총싸움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역설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게임의 룰을 무시하고 나 홀로 게임을 하는 명수 옹의 실패한 '좀비 특집'에 대한 한풀이는 무도스러운 버물림이었습니다. 어설픈 동맹이 이어지고 믿었던 동맹국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하는 상황은 약육강식만 존재하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선보일 대한민국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만드는 무도 인들과 크리스마스를 나 홀로 보내야 하는 솔로들을 위한 솔로 파티를 준비하는 무도는 연말까지 감동과 재미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습니다.

<도망자>에서 보인 천성일식 무도 찬양에 프로그램 자체를 <도망자> 콘셉트로 만들어버린 김태호 피디의 화답은 정겹기만 합니다. <도망자>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재벌과 정치인에 맞서는 개인들의 연대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무도 미드나잇 서바이벌>은 서로를 절대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현실과 청와대의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로 이어지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시의적절하며 곱씹을 수 있는 풍자를 하는 무도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