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무한도전의 미드나잇 서바이벌 특집은 처음에 일본 애니메이션 '간츠'를 연상하게 만들더군요. '간츠'에서는 사람들이 죽은 뒤 간츠에 의해 복제되어, 낮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밤이 되면 간츠가 지정하는 타겟을 찾아 위치추적기와 무기를 들고 도심에서 서바이벌을 벌이는데요. 그렇게 서바이벌이 끝나고 나면 점수를 받아 100점이 되면 다시 원래의 인간으로 환생을 하게 됩니다.

무한도전에서는 각각의 멤버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을 타겟으로 서바이벌을 벌이고, 마지막에 남는 최종 생존자에게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시작에 앞서 위치추적기 센서(?)를 넣은 자양강장제를 먹고, 각자 다른 멤버들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쳤습니다.

G20 개최국 국격이 뭘까?

유재석과 정준하, 정형돈은 서로 추적하다가 도로에 차를 멈추고, 노홍철을 잡기 위한 삼자동맹을 결성하는데요. 이때 삼자동맹을 결성하기에 앞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서로 총구를 겨눈 상태에서, "이것들이 G20 개최국 국격에 안 맞게!"라는 김태호 PD의 의미심장한 자막이 올라옵니다.

G20 개최국 국격이란 도대체 뭘까요? 우리나라는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개최국이 된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온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국민보다는 정부와 각종 언론이 난리인데요. 그 어떤 국가적 행사 때보다 자랑스럽다고 외치고, 자랑스러워하라고 강요하고, 그에 걸맞은 국민으로서의 태도를 보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손님 오시는 날에 아버지는 왜 마당부터 쓸었을까요?
어머니는 왜 수건을 쓰고 밥을 지웠을까요?
우리에게는 왜 반가운 낯으로 인사를 시켰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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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정상회의 공익광고 - 나라사랑 (세계예의지국 편)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자제해 주십시오.
오는 11월 10~12일(3일간)은 세계적인 국제행사 G20의 성공과 쾌적한 주변 환경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배출을 자제해 주실 것을 협조 부탁드립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주민들의 반발로 논란이 커지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지만, G20 준비과정은 여전히 극성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각 구청은 G20 정상회의를 대비해 택시 등 대중교통의 차량 청결 등을 일제히 점검하면서 운전기사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회의가 열리는 11월 12일은 '승용차 없는 날'로 지정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G20 준비과정은 외신에서도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고 하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G20 열풍이 서울을 장악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 시청 공무원들은 이번 주부터 일을 하지 않고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G20 정상회담에 대한 개최를 두고 참 난리도 아닌데요. 뛰어난 정부는 기껏 공을 들여 대한민국의 G20 정상회담 개최를 이끌어냈는데, 아둔하고 부끄러운 국민들이 행여 실수라도 해서 국격을 떨어뜨릴까 조바심이 났다고 오해(?)하게 만듭니다.

또한 정부는 역사적인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성숙한 선진일류국가로서의 국격 향상을 위해 범국가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국격제고를 위한 4대 실천운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 끼어들기, 꼬리물기, 갓길 운행, 음주 운전 안하기
2. 공공장소와 휴대폰, 조용히 대화하기
3. 깨끗한 거리와 간판 만들기
4. 사이버 예절 지키기

국격제고를 위한 4대 실천운동

이것은 G20을 개최할 정도로 양적, 경제적 성장으로 선진일류국가에 진입했지만, 국민들이 그에 걸맞은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되는 것인데요. 평소에 우리가 당연히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것들을, G20의 개최로 국격이 높아졌으니 그렇게 정부가 높인 국격만큼 수준을 맞추라고 생색내며 무시하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김태호 PD는 이런 정부와 언론의 부산스러움을 "이것들이 G20 개최국 국격에 안 맞게!"라는 자막을 통해 풍자했는데요. 그렇게 김태호 PD는 정준하와 정형돈이 서로 총을 겨누고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 떠는 모습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나치게 국격을 부르짖는 정부에 비유하였습니다.

박명수의 깽판으로 드러난 회담의 실체

미드나잇 서바이벌 특집의 엔딩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요. 이미 죽었던 박명수가 나타나 속된 말로 깽판을 치면서 망쳐버렸다며, 박명수를 질타하는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이것이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박명수의 등장이 상당히 속시원했습니다.

이번 미드나잇 서바이벌 특집은 단순히 G20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국격을 부르짖는 정부의 모습을 풍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에서부터 G20을 염두에 둔 채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멤버 각자가 스나이퍼로 총을 들고 추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서로 동맹을 맺었다가 파기도 하고 서로 배신하며 속고 속이는 그 모습은, 각각의 멤버가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마치 국가 간의 외교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또한 김태호 PD는 마지막 서바이벌의 파이널 전장이 된 여의도공원에서는 정형돈과 정준하, 노홍철이 만날 때 자막을 통하여 "회담을 위해 접선 중"이라 말을 사용하는데요. 서로가 꿍꿍이 속을 가지고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 것을 G20 정상회담에 비유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G20 정상회담은 선진국과 신흥국간의 긴밀한 정책공조과, 국제적인 협력,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최되지만, 결국 그것은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가 손을 잡는 것일 뿐인데요.

애초에 G20의 출범은 2008년 9월 미국 최대 증권사 가운데 하나였던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미국은 G7에 러시아가 추가된 G8만으로는 세계경제의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대혼란에 빠진 세계경제 즉 미국경제의 위기비용을 개도국에도 분담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G8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내심 전 세계 상위 20개국에 든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워낙에 세계경제 위기 극복이 시급했기에 아무런 반발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경제 위기가 극복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는 서로 대립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열렸던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 G20은 ‘각국이 알아서 한다’ 이상의 합의에 이루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국가 간에는 어떠한 명분 속에서도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인데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외교전을 벌이고 협상과 회담을 진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정형돈과 정준하, 노홍철이 서로 손을 잡으며 회담을 진행할 때, 갑자기 박명수가 나타나 깽판을 놓으며 그들은 본색을 드러내고, 마지막까지 정준하를 속인 노홍철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박명수의 깽판으로 인해 그들 회담의 목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인데요.

여기에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던 김태호 PD는 자막을 통하여, 마지막 살아남은 노홍철의 소원은 공개하지 않은 채 물음표로 대신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G20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만 집중되어 있는 정부와 언론들에게, G20 정상회담을 통해서 각국이 노리는 외교적 이익은 무엇이며 우리가 취할 외교적 이익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김태호 PD의 센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G20 정상회담 개최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결국 G20 정상회담 역시 서로 각국이 이익을 챙기기 위한 보이지 않는 외교 전쟁입니다. 그 전장이 우리나라라고 호들갑 떨기보다는, 그런 실질적인 외교전에서 우리나라 역시 이익을 가져올 수 있어야겠지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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