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슝디를 상대로 선발 카도쿠라의 호투와 경기 중반 터진 타선에 힘입어 어제 끝내기 역전패를 설욕하며 1승 1패로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을 마무리했습니다.

어제 1차전 SK의 패인 중 하나는 막강한 불펜이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버를 구원한 전병두가 호투했지만, 뒤이은 정우람과 송은범이 부진하며 역전패했습니다. 계투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오늘 경기에서는 선발 카도쿠라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만 했는데, 7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마치 올 시즌 초반의 가장 좋았던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습니다. 특히 7이닝 동안 사사구가 단 1개에 그치며 6개의 삼진을 솎아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광현이 이탈한 현재 SK의 선발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것이 카도쿠라이니, 13일에 있을 한일 클럽 챔피언십에서도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일본에서 방출되어 미국을 거쳐 한국에 온 카도쿠라가 모국의 챔피언을 상대로 어떤 투구 내용을 선보일지 주목됩니다.

▲ SK선발 카도쿠라 ⓒ연합뉴스
SK의 중반까지의 공격 흐름은 어제처럼 답답한 것이었습니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최정은 두 가지 잘못을 범했는데, 첫째는 희생 번트에 실패한 것이고, 둘째는 풀카운트에서 3루수 직선타로 주자까지 횡사시키는 더블 플레이의 빌미를 제공한 것입니다. 풀카운트에서 1루 주자는 투수의 투구와 동시에 2루를 향해 출발하니, 최정은 어떻게든 진루타를 위한 1, 2간의 땅볼 타구를 노리는 타격이 최선이었는데,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병살타가 되었습니다. 4회말에도 1사 1루에서 박정권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진루타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이어 나온 이호준의 안타는 적시타가 되지 못했고, SK는 선취점을 뽑지 못했습니다.

SK가 6회말 좌타자들의 3안타로 선취 득점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무사 1루에서 조동화가 착실히 희생 번트에 성공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조동화의 번트는 SK가 오늘 경기에서 얻은 첫 번째 진루타였습니다. 모든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올 때마다 안타를 치거나 사사구로 출루할 수 없으니, 자신이 아웃되더라도 주자를 진루시키는 타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선제 타점이자 결승타의 주인공 김재현이 7회말 2사 1, 2루 기회에서 좌투수 쿨렌이 등판하자 박재홍으로 교체된 장면입니다. 김재현은 어제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오늘도 볼넷과 적시타 등으로 3타석 모두 출루하는 등 타격감이 좋았는데,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자를 대타로 기용하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이 여실히 반복되었습니다. 김재현은 이제 한일 클럽 챔피언십 단 한 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으니, 은퇴를 앞두고 좌투수를 상대로 두 명의 주자를 둔 상황에서 기회를 줄 법도 한데, 대타로 교체한 것을 보면 김성근 감독의 승부욕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결과적으로 박재홍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이어 박정권의 밀어내기 볼넷과 임훈의 2타점 쐐기타가 나왔으니 김성근 감독의 김재현 교체는 적중한 셈입니다.

▲ 7회말 2사 만루에서 5번타자 임훈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상으로 SK는 2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다행히 경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호수비가 나와 슝디의 공격 흐름을 차단했습니다. 2회초 2사 후 1루 주자 왕셩웨이의 도루가 나왔을 때 포수 정상호의 악송구로 2사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카도쿠라가 후앙스하오를 삼진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고, 8회초 2사 만루에서 후앙스하오의 타구에 3루수 김연훈의 실책으로 실점하며 5:2가 되었지만, 작은 이승호가 침착하게 천즈홍을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하지 않고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SK가 강팀으로 인정받는 것은 4회초 이호준의 호수비나, 6회초 번트의 선행 주자 아웃 처리나 견제사 처리 등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령 야수들이 실책을 범하더라도 투수들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위기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책이 실점과 직결되어 패배하면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해도 동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팀 분위기가 추락해 성적 하락까지 이어지기 마련인데, SK는 투수와 야수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지지하니 팀 분위기와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 4회초 무사1루에서 3번 천구안런의 내야 땅볼때 1루주자 천지앙허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고 있다. SK 유격수 나지환 ⓒ연합뉴스
SK는 2연승을 해도 본전인 슝디와의 2연전에서 1승 1패로 체면치레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만일 SK가 어제 경기를 승리하고 오늘 패했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뻔했는데, 어제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를 오늘 설욕하는 시나리오로 마무리되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아시안 게임 대표에 선발된 송은범, 박경완, 최정, 정근우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송은범은 어제 패전 투수가 된 뒤, 오늘은 등판하지 않았고, 박경완은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노출을 피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어제 가벼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어제 4타수 무안타 끝에 출장하지 않았습니다. 정근우는 이틀 동안 9타수 무안타에 그쳤는데, 오늘은 타구가 모두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최정은 어제 3타수 무안타, 오늘 2타수 무안타 끝에 볼넷 1개를 얻고 김연훈으로 경기 중 교체되었습니다. 대표팀의 주축인 SK 선수들의 부진은 야구 대표팀의 분수령이 될 1차전 대만전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시급히 해소되어야 할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