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전부터 욕먹고 있는 위대한 탄생이 마침내 시작됐다. 전야제 형식이기는 하지만 위대한 탄생의 이름으로 첫 전파를 탔다. 정말 하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위대한 탄생을 바라보는 시청자 기대치에 있다. 낯선 위대한 탄생보다는 슈퍼스타K 2부를 보고자 하는 데 있다. 이것은 MBC로서는 억울하고 불쾌한 일이겠지만 아우밥상에 염치없이 숟가락을 얹고자 했을 때 이미 각오했어야 할 일이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와 다른 점은 몇 가지 발견되고 있다. 정말로 노래면 노래, 작곡이면 작곡으로 인정할 만한 사람들을 그것도 다섯 명씩이나 심사위원으로 포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면은 더 화려해졌지만 다섯 명의 심사평을 듣는 것은 분명 지루해질 공산이 크다. 그런 면에서 슈퍼스타K의 여러 유행어 중 “제 점수는요”가 위대한 탄생에서 생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차이점은 바로 SM소속가수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뮤직뱅크 연속 9주 1위라는 금자탑을 쌓은 소녀시대 Gee가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하지 못한 누가 봐도 납득하지 못할 일로 인해 벌어진 엠넷과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는 올해 음원공급마저 끊어버리는 악화상태에 있다. 자연 엠넷이 관련된 일에 SM소속가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장 부끄러웠던 점은 첫 회 방송 전에 프롤로그로 내보낸 M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역사 풀어내기였다. 마치 정통성을 부여받지 못한 어떤 그릇된 권력이 필요 이상으로 합헌적 절차 운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은 이럴 때 딱 들어맞는 말이 될 것이다.

슈퍼스타K를 따라한다는 세간의 비아냥거림을 MBC라고 모를 리 없고, 그렇다고 억지춘향의 정통성 나열보다는 차라리 슈퍼스타K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그와 다른 것을 강조하는 것이 다소 공격적이라 할지라도 훨씬 좋았을 것이다. 지금 대중이 위대한 탄생에 거는 혹시나의 정체는 또 다른 신드롬의 실낱같은 희망과 그것이 적어도 투명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왕 만들어졌으니 위대한 탄생은 그 기대를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대한 탄생에 장점이 없다거나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탄생에는 슈퍼스타K가 어쩌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지도 모르는 것 하나 바로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일단 가질 수 있다. 공정성은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차별성이자 우월함이 아닐까 싶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위대한 탄생이었다. 메인MC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박혜진 아니운서를 내세웠다.

회사의 명운을 건 대단한 조커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아나운서가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각사의 대표성을 가진 9시 뉴스 앵커들이 자리를 물러났다고 해서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추는 일은 기억에 없다. 그 이유도 바로 공정성에 대한 아이콘을 정립하겠다는 위대한 탄생의 강력한 의지이자 그것으로 아류의 구차함을 가리고 싶어 하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어쨌든 뉴스데스크까지 걸었으니 MBC로서는 올인배팅을 하고 이제 패를 깔 일만 남은 셈이다.

위대한 탄생 첫 회를 보고 혹평이니, 실망이니 하는 말들은 한마디로 “됐고!”이다. 슈퍼스타K도 첫 회부터 신드롬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슈퍼스타K 말고도 남자의 자격 합창편에 쏠린 관심 등 현재 한국 대중이 갖고 있는 오디션에 대한 관심도를 감안한다면 위대한 탄생의 그야말로 탄생은 분명 구리지만 그 마지막까지도 그럴 거라는 단정은 대단히 경솔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 다섯 명의 멘토는 슈퍼스타K에도 있었지만 그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 그것은 아직은 장단점을 구별하기 어렵지만 일단 트레이닝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출연자들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출연자들이 멘토를 멘토로 생각지 못하고 흉내낼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후반으로 가면서 출연자들이 시청자 보기에 식상해질 수 있다. 물론 그런 정도는 이미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일단 뚜껑은 열렸다. 그것이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서 복덩이가 터져나오는 흥부의 보물상자인지 아니면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낳은 자식 잘 키워야 하듯이 기왕에 구설수에도 불구한 위대한 탄생이 정말로 가요계에 훌륭한 가수들을 배출해낼 수 있는 역할을 잘 해내주기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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