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자랑인 DESK 라인이 무너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팀을 살린 것은 손흥민이었다. 케인과 알리가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후 손흥민과 에릭센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에릭센은 두 경기 연속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체력 방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쉼 없이 달린 손흥민은 팀 복귀 후, 두 경기 연속 극적인 골로 토트넘을 살렸다.

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골! 토트넘을 두 경기 연속 구해냈다

놀랍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사력을 다한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듯하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전까지 2~4일에 한 번씩 경기에 나섰다. 아시아게임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완벽하게 올라온 폼으로 손흥민은 EPL 최고의 선수 대열에 올라섰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A매치 등 손흥민에게 2018년과 2019년 초는 간단하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1년을 10년을 사는 듯 필드 위를 뛴 손흥민에게 휴식은 사치였다. 아파서 쓰러지지 않는 한 그는 국가와 팀을 위해 뛰었다.

토트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마치 기계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하던 토트넘과 달리, 아시안컵에서는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쉼 없이 뛰어야 했다. 아무리 기계라 해도 고장이 나듯 철인과 같은 모습을 보인 손흥민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8강에서 탈락한 대표팀을 뒤로 하고 소속팀인 토트넘에 복귀한 손흥민.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우승 기회로 여겼던 이번 아시안컵 조기 탈락에 씁쓸했지만 위기의 토트넘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손흥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케인에 이어 알리까지 부상으로 빠지며 팀은 연패를 당했다. 요렌테에게 기회가 왔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토트넘으로선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 조기 탈락으로 토트넘으로 돌아온 손흥민에게 휴식은 사치였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경기에 나선 왓포드 전에서 손흥민은 팀 전체를 살리는 동점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동점골을 넣기 전까지 연패를 당하며 분위기 역시 최악인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지쳤고, 패배를 거듭하며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를 깨운 것은 바로 손흥민의 왼발 슛이었다.

손흥민의 골에 이어 요렌테가 역전골까지 넣으며 귀한 승리를 얻은 토트넘은 하루 휴식 후 뉴캐슬과 경기를 치러야 했다. 뉴캐슬은 이틀 전 경기에서 맨시티를 잡으며 선두팀 사냥을 하는 하위팀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경기였다는 점에서도 토트넘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왓포드 전에서 손흥민이 풀타임을 뛸 예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팀이 끌려 다니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손흥민을 포체티노 감독은 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감독의 바람처럼 손흥민은 끝까지 뛰었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에 누워 힘겨움을 온 몸으로 표현하던 손흥민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했다.

하루 더 쉰 뉴캐슬은 수비 위주의 전반전을 가져갔고, 토트넘은 전반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요렌테가 벤치에 있는 상황에서 전반 점수를 내게 되면 손흥민을 쉬게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 여러 차례 기회는 존재했었다. 하지만 선발로 나선 모우라와 라멜라 헤더가 모두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라멜라의 패스를 받은 모우라는 골문이 빈 상태에서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라멜라 역시 헤더 기회를 얻었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PSG에서 지난 시즌 토트넘으로 옮긴 모우라는 매력적인 선수이기는 하다. 올 시즌 초반 손흥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 많은 득점을 하며 존재 가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돌아온 후 밀린 모우라는 다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도 모우라와 라멜라는 스스로 쫓기고 있음을 드러냈다.팀을 위해 경기를 하기보다 자신들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경기에 묻어나 있었다. 이는 결국 공격을 단조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교체되는 손흥민을 안아주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왼쪽)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론돈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수비에 방점을 찍은 뉴캐슬은 전반에 좋은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골운은 따르지 않았다. 두 팀의 공방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빗장을 닫은 뉴캐슬을 깨기에는 토트넘은 너무 지쳤다. 토트넘을 넘기 위해서는 공격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만 하위팀이 그런 모험을 걸기도 어렵다. 이 상황에서 혼전을 거듭하던 경기는 선수 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며 양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모우라와 라멜라를 빼고 대니 로즈와 요렌테를 내보내며 토트넘은 3백으로 전환했다. 이겨야 하는 경기지만 져서도 안 된다. 그런 절박함 속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다시 한 번 손흥민을 믿었다. 충분히 교체해줘야 할 상황이지만 0-0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손흥민을 뺄 수는 없었다.

원톱 자리에서 요렌테 투입으로 다시 윙으로 나선 손흥민은 감독의 간절함에 응답했다. 후반 37분 손흥민은 0의 균형을 깨트렸다. 중앙으로 이어진 패스를 요렌테가 가슴 트래핑으로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두 명의 수비가 손흥민 앞에 있었고, 그 뒤로도 2명의 수비수들이 진을 친 상태였다.

강력한 수비로 토트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했던 뉴캐슬도 경기 막판 손흥민을 막지는 못했다. 순간적으로 수비수를 완벽하게 따돌리는 역동작으로 슛을 쐈다. 수비수들과 함께 움직이던 골키퍼는 뒤늦게 자세를 잡기는 했지만 무회전 슛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토트넘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호수비를 보이던 뉴캐슬의 두브라부카 골키퍼로서는 굴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뺄 수 없었던 이유는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윔블던 구장을 가득 매운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골이 터지자 환호하는 모습은 흥분되는 장면이었다.

1-0으로 앞서자 포체티노 감독은 3분을 남기고 에릭 다이어와 교체했다. 교체 순간 토트넘 팬들이 기립해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언제 봐도 울컥할 정도다. 경기는 손흥민의 결승골로 끝났다. 토트넘은 리그 2경기를 모두 잡으며 승점 6점을 더했다.

한 경기 덜 치른 상태기는 하지만 맨시티를 밀어내고 리그 2위까지 올라갔다. 이 모든 것이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주포인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손흥민으로 인해 승리를 거뒀다.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그리고 EPL에서 어떤 위상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오늘 골로 리그 10호골을 기록했다. 득점 순위 5위다.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를 뛰면서도 리그 득점 순위 5위에 오른 손흥민. 다른 선수들과 달리 PK 하나 없이 오직 필드 골로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대단하다. 그리고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는 것도 대단하다. 오늘 골은 연휴 첫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준 손흥민의 값진 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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