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해가 "필리핀을 비하"했다고 해서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뜬금없이 웬 "필리핀"인가?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달콤한 밤 영상을 찾아보니, 이다해가 세 가지 악센트로 영어를 하더군요. 미국 악센트, 영국 악센트 그리고 필리핀 영어로 악센트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게 YouTube에 오르면서 문제가 된 것이긴 합니다. 왜 지난 일을 가지고 문제를 만드나 싶어서 살펴봤더니, 이다해의 트위터 날짜가 11월 3일로 돼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다해에게 그런 소식이 뒤늦게 들어온 것 같으며 그래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1) 이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2) 이것에 대한 이다해의 태도는 어땠나?

저의 부족한 영어로 나름 해석을 해보자면

"일단 오해가 있으신 부분이 있어서 그 점에 관해서 사과드립니다.
많은 필리핀 분들께서 제가 필리핀 분들이 영어를 하는 것과 관련돼서
비하발언을 하였다는 포스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오해의 소지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믿는 바와는 달리 저는 직접적으로 필리핀 사람이나
필리핀에 관해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이 아니라, 저는 전체적으로 동남아쪽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기억하며,
나중에 저도 알게 된 사실이지만 편집과정에서 "필리핀" 이라는 자막이 삽입된 것입니다.
저도 방송이 된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장면이 추출된 그 쇼는 관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일단 이다해가 실수한 게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명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 그들을 비하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라, 그냥 농담으로 별다른 문제라고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라고 하는 게 더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자막에 분명히 "필리핀"이라고 넣었지만, MC인 신동엽이 처음에는 "필리핀 선생님들이 하는 영어는 어때요?"하면서 "필리핀"을 언급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상황 상 이다해는 그것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고, 또한 그 뒤에 바로 자신이 "동남아 영어"라고 했음으로 자신은 분명히 필리핀을 타겟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지만, YouTube 자막은 그렇게 친절하게 나가지 않습니다.

YouTube에는 신동엽이 말한 자막이 분명히 "필리핀 선생들이 말하는 영어"라고 했으며, 마치 그 동영상을 보면 이다해는 필리핀 사람들의 영어라는 것을 알고 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막에만 의존하는 필리핀 사람들이 보면 이다해의 발언에 대해 충분히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다해가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필리핀 사람들의 영어라고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인지라, 이다해가 그 동영상을 봤다면, "MC가 그 당시 필리핀 영어라고 했는데, 나는 정정해서 동남아 쪽이라고 했고, 그 상황에서는 절대 필리핀쪽을 겨냥한 게 아니었다"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해도 좋았을 것입니다.

정말 이다해의 발언은 "고의적인 발언"이었을까요? 그런 것 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실제 농담조로 꼭 그 나라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 나라만의 특유한 악센트를 가지고 농담을 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실제 미국 (혹은 캐나다)의 유명한 코미디언은 자신이 인도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악센트로 농담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많은 인도사람들도 댓글을 심하게 달지 않지요.

또한 중국인들도 스스로 YouTube에 "Crazy Asian Parent"하면서 중국 사람들의 학업집착과 발음, 말투를 흉내내기도 하지요. 그 사람들이 그런 농담을 하는 것이 고의적으로 중국사람, 인도사람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고, 그저 그냥 재미로 해보는 것이기는 합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이다해도 고의성이 아니라 그냥 농담조로 던져본 한마디 말일 것입니다. 이다해 그 자신도 영어를 할 때 악센트가 있기에 고의성으로 보기는 조금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필리핀 비하나, 악의적인 농담보다는 오히려 악센트 유머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농담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마도 필리핀 사람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필리핀은 "Filipino" 혹은"Tagalog"라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지만, 제 2의 언어가 영어라고 할 만큼 영어를 잘 쓰고 있으며, 그들 중에서는 영어를 아주 수준급으로 악센트없이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허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구사하는 면에서 약간의 악센트가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인도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뒤늦게 영어를 배운 사람은 확실히 "한국인 발음"이 나고 중국인도 그러하며 인도인도 그러하기 때문이지요.
이다해의 말대로 영국인도 영국사람들의 발음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곳에 살다 온 사람들의 영어도 그 분위기를 따라서 발음에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가령 F(x)의 크리스탈과 엠블렉의 천둥이 MC를 보는 아리랑쪽 프로 M Wave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영어를 쓰는 면에 있어서 발음의 차이가 약간 나더군요.

(물론 얼마나 영어를 했냐는 것도 차이가 있지만 가끔 댓글들을 보면, "천둥이 영어를 잘하긴 하는데 필리핀 악센트가 있는 것 같다"라는 댓글도 보이거든요. 하지만 다 놀리거나 천둥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고 그냥 "악센트가 있다"라는 발언도 많고 악센트가 귀엽다 하는 발언들도 많더군요.)

하지만 그 방송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아시안계의 영어 발음은 가끔 놀림거리가 되다는 것이 필리핀 사람들이 그러한 반응을 나타낸 이유 중에 하나겠지요. 어찌보면 이다해가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필리핀이건 인도사람이건 아시안 사람들 전체에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린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를 할 때는 "오~" 하면서 감탄하는 반면에 영상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필리핀 영어를 하니까 박수치면서 웃었거든요. 필리핀 사람들 쪽에서는 악센트가 있는 게 사실일지라도, 웃음거리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참 기분 나빴을 수 있어요. 즉 이다해가 흉내 낸 그 자체 보다는 이다해가 흉내를 냈고, 그것을 듣고 웃게 마치 "비웃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입장을 조금만 바꿔서 필리핀 사람이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영어한다"하고 웃고 박수치면, 한국인들 역시 자기들이 악센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충분히 화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필리핀 영어를 한다고 영어를 "못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영어과목에서 미국 현지인들보다 발음은 더 어설프지만 영어 점수는 잘 받는 학생들도 많고, 글을 더 잘 쓰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단지 발음은 뒤늦게 익혀진 것이고 또 어디서 누구한테 배웠냐에 따라 영향을 받기에, 발음이 다를 수는 있다는 것이지요. 또 모든 필리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구요.

이제 한국어 방송이 YouTube라는 매체를 통해서 전 세계로 흘러나가는 이상, 영어를 할 줄 아는 한국 스타들이 그런 점과 관련해서 더 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자막까지 친절하게 YouTube에 깔려나올 정도로 한국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많은 이상, 특히 다른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연예인들은 차별이나 비하의 내용이 없는지 세심하게 생각하고 발언해야 할 것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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