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 있으면 중국 광저우에서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중국에서 사상 두 번째로 개최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42개 종목 476개 금메달을 놓고 45개국 약 1만5000명의 선수단이 열띤 경쟁과 화합의 장을 펼치며 40억 아시아인들을 흥분과 감동에 빠지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크리켓을 제외한 41개 종목 1,013명의 선수단이 파견돼 지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사상 첫 4회 연속 종합 2위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이 흥미를 모으는 것은 올림픽만큼의 뜨거운 경쟁뿐 아니라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던 종목들이 대거 선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모이는 올림픽이 아닌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대회다보니 아시아의 전통,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종목들이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선보여 왔다. 이는 넓은 대륙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아시아 스포츠의 진수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은 모두 28개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은 42개로 역대 아시안게임을 통틀어서도 가장 많다. 종목이 너무 많아 차기 대회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다시 35개 수준으로 축소될 예정이지만 그래도 올림픽보다는 월등히 많다.

비올림픽 종목 가운데서는 일본, 중국 격투 종목인 가라데, 우슈를 비롯해 우리에게 생활 체육으로 익숙한 스쿼시, 당구, 정구 등이 정식 종목에 포함돼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아시안게임에서 흥미를 가져볼 만한 비올림픽 스포츠 종목 5개를 정리해 소개해볼까 한다.

드래곤 보트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종목이 몇 개 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 바로 '드래곤 보트'다. 중국에서 유래된 이 종목은 중국, 홍콩 뿐 아니라 미국,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인기 있는 수상 레저 스포츠로 잘 알려져 있다.

▲ 드래곤보트 ⓒ연합뉴스
경기 방식은 올림픽 종목인 조정 경기와 비슷하다. 뱃머리에 용 문양을 한 11m짜리 배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달려 더 빨리 결승선을 끊는 팀이 이긴다. 다만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무려 22명이나 되는 것이 재미있다. 좌우 10명씩 20명이 노를 젓고, 앞에는 노를 저을 때 박자를 맞춰주는 북잡이가 있다. 그리고 배 후미에는 키잡이가 앉아 배의 진로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북잡이가 북을 두드리는 '둥둥' 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노를 젓는 선수들의 모습은 드래곤 보트를 흥미 있게 볼 수 있는 주요한 관전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250m, 500m, 1000m 등 단거리, 중장거리 종목들이 펼쳐지며 남녀 합해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카누 선수 출신들을 모아 대표팀을 꾸려 1000m 종목에 중점을 두고 맹훈련을 거듭,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카바디

고대 인도의 병법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 카바디는 우리에게 많이 생소한 종목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뭔가 우리들이 알고 있는 놀이와 익숙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술래잡기가 그것이다.

카바디는 가로 10m, 세로 12.5m의 경기장에서 가운데에 줄을 긋고 두 팀이 전후반 40분 동안 공격과 방어를 교대로 반복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7명의 선수 가운데 1명의 공격자(레이더)가 적진으로 들어가 상대 선수를 손으로 치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오면 득점하는데 이 때 공격자는 공격하면서 숨을 쉬지 않고 '카바디'를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만약 중간에 끊어지거나 상대 선수에게 붙잡히면 실점하게 된다.

자신의 진영으로 교묘하게 피해서 들어오는 공격자를 잡으려 하는 것은 흡사 술래잡기 놀이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공격자를 잡기 위해서는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거나 격투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도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쉽게 경기해 볼 수 있는 종목 중에 하나로 꼽을 만하다.

크리켓

한국이 유일하게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는 종목인 크리켓은 인도, 파키스탄 등 주로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크리켓은 11명의 선수가 배트로 공을 쳐서 득점을 겨루는 경기로 큰 틀에서는 야구와 유사해 보이지만 경기 방식은 차이가 난다. 대표적으로 한 회에 3명의 타자가 죽으면 공수가 교대되는 야구와 다르게 크리켓은 11명의 선수 모두가 아웃돼야 1이닝이 종료된다. 이 때문에 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점수가 난다. 대표적으로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인도 등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동호회, 대학생 팀을 통해 조금씩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팍타크로

▲ 세팍타크로 ⓒ연합뉴스
족구와 비슷하지만 더욱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인 동작이 눈에 띄는 세팍타크로 역시 주목할 만 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다. 15-16세기 경, 말레이시아, 태국 지역에서 유래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세팍타크로는 네트를 설치해 발로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 진영으로 넘겨 득점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세팍타크로의 묘미는 바로 역동적인 몸동작이다. 공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발로 상대 진영으로 넘겨야 하는 만큼 다양한 몸동작을 통한 발기술이 흥미를 모은다. 위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스파이크를 하는가 하면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블로킹, 리시브 등으로 막아내는 동작도 마치 액션 영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일반 배구, 족구와 다르게 경기 방식이 다양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말레이시아어로 '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3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룬 레구를 비롯해 2명이 경기를 치르는 더블, 3개의 레구가 모인 팀, 원 안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포인트를 얻는 서클 등으로 나뉜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레구, 더블, 팀에서 남녀 각 3개 종목씩 6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 종목에서 한국은 지난해 남녀 대표팀이 더블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보드 게임

보드 게임인 바둑, 체스가 스포츠 종목으로 아시안게임에 나타난다고? 조금은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맞는 얘기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이전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체스뿐 아니라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바둑도 당당하게 '스포츠 종목'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두뇌 스포츠'로 인식돼 기존 스포츠 종목과 다르게 전략, 정신력 등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쨌든 조금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이 종목이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로 선을 보이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맛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바둑 종목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으며, 특히 '국민 기사' 이창호, 이세돌의 활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밖에...

아마추어 비올림픽 종목임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종목들이 몇 개 있다. 그 가운데 인라인 롤러는 우리나라가 상당한 강세를 자신하고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우효숙, 안이슬 등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인라인 롤러에서도 조금은 이색적인 세부 종목이 있었으니 바로 피겨 종목이 그것이다. 빙상 피겨 스케이팅은 이미 김연아를 통해 상당히 잘 알려져 있겠지만 인라인 롤러에도 피겨 종목이 있다고 하면 다소 독특하게 여겨질 것이다.

국내에서는 등록 선수가 열 명도 안 되는 척박한 환경에 있지만 빙상 피겨 못지않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선볼 수 있는 종목으로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예술의 미(美)를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명맥이 끊겼던 인라인 롤러 피겨 종목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역시 인라인 롤러와 함께 생활 체육으로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댄스스포츠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라틴, 스탠다드로 크게 나뉘어 세부적으로 왈츠, 탱고, 슬로우 폭스트롯, 퀵스텝,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레 등 총 10개 종목에 걸쳐 경기를 치른다. 한국의 선전 역시 기대되는 종목이다.

우리나라의 출전 그리고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포츠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이색 종목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체육인재육성재단 웹진 스포츠둥지(www.sportsnest.kr) 대학생기자단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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