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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나집, 범인도 없고, 범인 아닌 사람도 없다[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11.05 09:27

즐거운 나의 집이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심지어 명성학원 이사장 성은필의 죽음조차 의심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죽은 성은필의 사진 자료 중에서 김진서와 다정한 모습이 발견됐다. 요즘 예고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풍토가 돼버렸지만 일단 5회 예고에는 김진서가 성은필을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윤희는 이상현을, 김진서는 성은필을 마음에 두고도 갖지 못하는 동일한 입장이 되고 만 셈이다.

그를 뒷받침하는 진술은 앞서 별장에 초대된 제3의 인물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형사 강신우와의 대화에서 얼핏 엿보였다. 강신우가 죽은 성은필에게 내연녀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갖자 김진서는 펄쩍 뛰며 그럴 일 없다고 부정한다. 보통은 단순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면 그렇게까지 정색할 일은 아니었다. 성은필에게 내연녀가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관계라면 적어도 그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를 넘어선 더 끈적한 관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추리 드라마에서 주역들의 대사는 괜한 말이 없기 때문에 김진서의 반응은 이 사건이 더 엉키고 설킬 것이라는 예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추리극은 띄엄띄엄 보기가 참 어렵다. 그러나 이제 김진서가 제3의 인물을 찾고자 하는 동기가 비단 남편 이상현의 무고를 밝히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심증을 더해주고 있어 태풍전야 같은 김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진서는 결국 휴대폰 발신위치추적으로 강신우와 함께 제3의 인물인지 혹은 내연녀일지 모르는 이준희의 외딴 별장을 찾았다. 이미 3회를 통해 알 수 있었듯이 이준희는 분명 화가이다. 그 별장은 이준희의 작업실인 듯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 다른 그림과는 터치가 다른 모윤희의 초상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모윤희가 그를 아는 것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준희는 모윤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준희는 명미술관에서 준비 중인 성은필 유작전의 메인작가로 섭외 중인 사람이다. 죽은 날 성은필은 이준희와 무려 아홉 번이나 통화를 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인 점에서 유작전의 메인 작가로 선정하고자 하는 것에도 어떤 배경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즐거운 나의 집 홈페이지 등장인물 관계도에는 이준희라는 인물은 나와 있지 않다. 어쩌면 이준희라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지 않을 수도 있고,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일 수도 있다.

   
   
이쯤 되니 이제는 등장인물 모두가 성은필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은필의 누나를 만나서 괜한 추궁에 머뭇거리는 이상현의 태도도 뭔가 의심쩍고, 명성대 역사관에서 자기 아버지 사진을 바라보며 결연한 표정으로 선 누나 역시도 의심의 대상이다. 경찰에서 교통사고로 결론지은 것을 굳이 교통사고로 확신하고 가장 강력하게 범인을 잡으려 하는 성은필의 누나 역시도 모윤희 못지않은 동기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능하지만 딸이라 학교를 물려받지 못한 배경을 슬쩍 내비치고 있는 것도 그렇다.

보통 완전범죄를 꾸미려는 자는 항상 범인 추적의 중심에 존재하는 것은 많은 추리소설을 통해서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까지 4회 동안 작가가 유도한 범인 쫓기의 내용이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 시점에서 범인을 알려줄 리는 없다. 때문에 아직은 범인도 없고, 범인 아닌 사람도 없이 모두 의심스럽기만 하다.

즐거운 나의 집은 세계인이 즐겨 부르는 ‘홈 스위트 홈’의 작곡가 존 하워드 페인이 한 번도 가정을 가져본 적 없다는 아이러니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드라마 제목은 내용 철저한 반어법이 적용되고 있다. 추리극답게 성은필의 죽음을 따라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진서와 모윤희의 오래 된 상처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여자는 서로에게 모질게 상처를 주고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도무지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가 없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이다. 이 풀리지 않는 역설을 어떻게 풀어 갈지가 궁금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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