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11회, 조선은행권 지폐의 비밀과 금괴를 찾아내기까지 급격한 전개는 흥미로웠습니다. 가족을 모두 죽인 멜기덱의 존재와 그들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조선은행권 지폐에 숨겨진 비밀. 그 비밀의 문 안에 숨겨졌던 엄청난 양의 금괴. 마지막처럼 펼쳐진 그들의 여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금괴는 마지막이 아닌 본격적인 시작이다

조선은행권 지폐는 도망자나 추격자 모두가 탐내는 물건입니다. 그 안에 담긴 비밀은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양회장으로서는 무조건 막거나 없애야 하는 물건이고 진이나 지우로서는 꼭 찾아야 하는 존재가 바로 금괴입니다.

양회장에게 금괴는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게 만드는 악마와 같은 존재입니다. 진이에게는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는 답지입니다. 지우로서는 친구였던 케빈의 억울한 죽음과 어마어마한 금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숨겨진 금괴에 달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은 숫자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의미들로 막연한 금 찾기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만 했고, 누명을 쓰고 조직에서 낙인찍힌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잃고 또 다른 이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도 합니다. 영원한 비즈니스 파트너라 생각했던 이가 끔찍한 살인마임에 놀라기도 하고 하찮은 존재가 대단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복잡한 듯 단순한 인간의 관계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점점 <도망자>는 제대로 된 재미를 던져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양회장과 함께, 가족의 죽음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오해하는 진이는 카이와 나눈 커플링을 버림으로써 관계의 종말을 고합니다. 그와 달리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진이와의 사랑을 택한 카이는 죽음 앞에 던져졌습니다. 카이 비서인 소피는 양회장에게 그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흔들립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유품자료목록에 남겨진 조선은행권 지폐에서 숫자로 이루어진 단서를 통해 금괴가 어디에 숨겨진 것인지 알게 된 지우와 진이는 그 곳으로 향합니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나까무라 황은 양회장의 수족인 황미진과 거래를 합니다.

나까무라의 기지로 금괴의 출처를 알아내지만 뱀보다 차가운 여자 황미진에게 죽음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만약 지우가 짜놓은 거미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까무라는 황금 옆에서 산 채로 묻히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우를 쫓으면서도 알 수 없는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 도수는 경찰 조직마저 잠식해 들어온 멜기덱의 정체를 밝혀내려 합니다. 중요한 중간축인 황미진을 쫓으면 멜기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금괴 현장에 도착하게 되고 그들은 다시 한 번 검단산에서 함께 합니다.

멜기덱 조직과 탐정, 그리고 경찰이 한 곳에 모여 서로를 경계하는 상황은 <도망자> 11회의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토록 찾았던 금괴를 발견한 상황에서 마주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에 도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카이는 양회장의 아들이자 대통령을 꿈꾸는 양영준을 만나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아버지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당신뿐이라는 카이의 말이 그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꿈꾸는 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어쩌면 피붙이인 아버지가 아닌 카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도망자>는 이제 2장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1장이 서로의 정체들을 알아가고 표면적으로 언급된 목표를 찾은 시점에서 1장은 모두 끝났습니다. 새롭게 시작될 2장부터는 금괴보다도 더욱 중요한 진실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이가 자신이 원하고 지우가 해야 하는 일이 금괴가 아닌 진실찾기임을 일깨웠듯 그들은 금괴를 이른 시간 안에 발견하며 그 뒤에 숨겨진 진실찾기를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대 권력을 이루고 있는 재벌과 정치인이 한 몸인 양회장 부자와 지우와 진이 그룹들이 벌이는 대결은 <도망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근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맛보기였다면 이제부터가 <도망자>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시작입니다. 비대해진 권력과 탐욕으로 채워진 배를 더욱 불리기 위해 타인의 생명도 쉽게 생각하는 그들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은 통쾌한 장면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성일과 곽정환 콤비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회비판 코드는 이제부터 시작될 예정이기에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거대 권력 집단에 맞서 진실을 찾고 정의를 만들어가려 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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