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손혜원 의원은 이해충돌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바꿨다. 이해충돌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자유한국당에서도 불거지자 공수전환이 가능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손 의원 관련 의혹은 이해충돌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지 나흘만이다.

민주당은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진 한국당 의원들의 상임위 교체와 검찰수사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손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 당의 원내대표까지 동행했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손 의원 특검까지 주장한 한국당은 당혹감에 빠졌다. 손 의원 관련 의혹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단면이자, 이번 사태의 본질이 '이해충돌 금지 원칙'에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투기의혹 및 이해충돌 금지 원칙 위반 의혹이 불거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손혜원 의혹' 아닌 'SBS 보도사태'… 언론인 자성 목소리>, 요 며칠 손 의원 의혹 관련 보도 중 SNS상에서 꽤 많은 공유가 이뤄졌던 기사의 제목이다. 손 의원은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SBS가 저를 죽이려 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 목포 안에 있을 것"이라고 재차 세간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이 밖에도 SBS 보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기사를 비롯해 적지 않았다. 사태가 SBS-손 의원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사안에 비해 보도 수가 과도하게 많았다는 점, 목포 문화재 거리와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와 취재가 부족했다는 점, 투기라고 확정할 만한 명확한 증거 없이 이해충돌 금지 원칙 위반이 아닌 투기의혹을 먼저 제기했다는 점 등의 비판이다. 그로 인해 결국 본질은 사라진 채 정쟁만 남았다는 지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들 비판의 수위는 제각각 차이가 있지만, "손혜원 의혹 아닌 SBS 보도사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SBS 보도사태'라는 표현은 온당할까. SBS 보도에 대한 아쉬움과 비판을 표할 수는 있어도 SBS의 보도가 잘못됐다는 식의 'SBS 보도사태'라는 비난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손혜원 의혹'의 본질은 단연 이해충돌 금지 원칙 위반 논란이다. 손 의원을 비롯해 '보도사태'를 주장하는 측의 반박은 한 마디, '선의'로 정의된다. 이는 SBS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혹은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애초에 공직자의 '윤리'와 ‘의도’를 저울 양쪽에 두고 가치판단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같은 부적절한 비판을 제외한 'SBS 보도사태' 명명 이유 중 가장 많은 비판은 'SBS는 왜 이해충돌 금지 원칙을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나'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지적도 다시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SBS는 첫날 보도에서 '이해충돌 금지원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보도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음은 SBS '8뉴스'를 진행하는 김현우 앵커가 '손혜원 의혹' 보도 첫날인 15일 보도 중 한 말이다.

"손혜원 의원은 주변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목포에 건물을 산 것은 절대 아니라고 저희 취재팀에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혜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 위원회 소속으로 문화재 지정과 관련된 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손 의원의 주변 사람들이 목포 거리가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대부분 그곳에 있는 건물을 여러 채 사들인 게 과연 적절했는지가 저희가 전해드리고 있는 이번 사안의 본질입니다."

국회 문체위 간사로서 손 의원의 이 같은 행위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앵커멘트 뒤에는 "손 의원이 문화재 지정과 관련한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오히려 누가 사라고 권유해도 뿌리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목포 주민들의 지적"이라는 보도 내용이 뒤따랐다.

보도 둘째 날에는 2017년 11월 국회 교문위 예결소위와 지난해 8월 문체위 예결소위에서의 손 의원 발언 내용이 이어진다. 목포 문화재를 언급하며 기존 4대 고도에 대한 예산배정을 수정할 수 없겠느냐는 발언, 이후 이뤄진 문화재 개발 사업 공모에서 목포가 선정된 뒤 '까사 숙소'를 도시재생과 함께 개발해달라고 주문한 발언 등이다. 알려진 대로 손 의원은 목포 여관 '창성장'에 연관돼 있다.

SBS '뉴스8' 1월 16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왜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세부 내용은 SBS가 보도 셋째 날에 이르러서야 프레임을 투기의혹에서 이해충돌 금지 원칙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SBS가 공직자윤리법상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규정'을 설명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관련 내용을 투기의혹과 연결된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충돌 방지 의무규정'이 공직자의 윤리를 강조하기 위한 선언적 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반드시 법체계 내에서 설명해내야만 문제의식이 명확해진다는 식의 '프레임 전환' 비판에 의문이 생긴다. 시청자 입장에서 관련법을 알지 못해도 손 의원이 문체위 간사로서 이해가 상충되는 행위를 했다는 문제인식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SBS의 투기의혹 제기에 대한 원론적인 비판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투기의혹을 불러온 책임은 손 의원에게 있다. 손 의원 측이 부동산을 매입한 시기는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로 문화재거리 지정 전후다. 공교롭게도 손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목포 지역을 언급하던 시기다. SBS가 아닌 다른 언론사가 해당 정황을 포착해 기사를 작성했더라도 공직자의 투기의혹을 제기했을 만한 정황이다.

손 의원은 선의로 자산을 통해 공익을 추구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익 추구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역활성화가 인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반 국민이라면 사익추구를 통해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 문제될 리 없다. 결국 손 의원이 공직자이기 때문에 제기되는 의혹이다. 언론사가 취재한 정황을 바탕으로 합리적 의심을 기해 보도한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BS가 사태를 발발시켰다는 의미의 'SBS보도사태'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또 탐사보도라면 의혹 당사자가 반론을 못할 정도의 진실까지 이르러 보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수사권이 없는 언론이 사익추구에 해당하는 ‘투기’라는 사안에 대해 반론이 불가능할 정도의 보도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SBS 보도로 ‘손혜원 의혹’이 ‘투기 의혹’만 남겼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손 의원에 대한 논란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현재, 논의는 이해충돌 금지 원칙과 관련한 ‘국회의원 전수조사’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주식을 보유했을 경우 백지신탁을 하거나 관련 상임위를 피하도록 해놓고도 부동산 등 다른 자산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필요성 논의도 활발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