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신선하고 참신해 보이는 것도 재생산과 따라하기의 아류들이 반복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고 점점 더 식상해져 버립니다. 무엇하나 유행하고 인기를 끈다고 하면 이내 제2, 제3의 유사한 것들이 등장해서 전체의 생명력과 매력을 빼앗아버리는, 마치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공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 가버리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축구시합 같은 우리네 실정처럼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득을 보고 빠지는 이들은 제일 처음 등장했던 그야말로 원조. 아니면 이런 복제판이 넘실거리는 현실을 기묘하게 비틀어서 같은 듯 다른 것을 말하는 똑똑한 후발주자에요.
일주일, 아니 이삼일에 한 번씩 이름을 듣게 되는 ‘~~녀’, ‘~~남’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 특이한 행동이나 방식으로 주목을 받는 독특한 일반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이런 호칭 붙이기 놀이는 하도 많은 반복이 이어지다보니 이젠 잠깐의 호기심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 기사 베껴쓰기가 특징인 한국 언론들의 장점 덕분에 요즘은 중국발 ‘~~녀’들도 자주 접할 수 있구요. 그나마도 개인이 뜨기 위해서 일부로 이상한 행동을 한다든지 기업이나 특정 브랜드 홍보를 위한 인위적인 연출이 이어지다보니 도리어 짜증과 불만을 유발시키는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죠.
그런데 최근에 접하게 된 비슷한 류의 ~~녀 시리즈이지만 조금은 특이한 동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이른바 걸친녀라는, 횡단보도에 걸쳐서 정차한 가벼운 교통규칙 위반을 저지른 여성에 대한 1분여의 짧은 동영상인데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조금 독특하더군요. 다른 ‘~~녀’ 동영상처럼 몸매도 얼굴도 예쁜 미인이 등장하고, 도촬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마치 그녀의 행적을 뒤따라가며 우연하게, 자연스럽게 찍은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지만 인위적인 음성이 들어가는 것이나 마지막의 특수효과 처리만 보아도 분명 적지 않은 자본이 투입된 것이 확실하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뻔하게 보이기는 합니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분명 어떤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해 촬영된 동영상이겠죠.
그래서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는, 나쁘지 않은 유치함과 반전이 담겨 있었다고나 할까요? 남들이 뒤돌아볼 정도의 예쁜 여자. 삐까번쩍한 외제 승용차의 화려함에 눈이 먼저 가고, 그런 그녀를 두고 수군거리는 목소리를 노골적으로 삽입하는 구성이 너무 유치해서 도리어 신선한, 그리고 그런 내용이 결국은 조금은 구태의연하고 고루한 교통질서 지키자는 캠페인이라는 것이 도리어 특이한 동영상이에요. 다른 동영상들처럼 걸친녀라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기보다는 그냥 공공질서를 이런 식으로 홍보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 더 신기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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