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을 이야기하던 한국대표팀은 8강에서 탈락했다. 가까스로 올라간 8강에서 제대로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하고 무너진 한국대표팀의 미래는 밝지 않다. 축구협회의 무능은 다시 한번 드러났고, 변하기 어려운 그들의 조직 문화를 생각해보면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축협과 벤투 감독,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점유율 축구의 허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데이터만 앞세운 점유율 축구가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득점이다.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닌,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대 축구는 그렇게 다시 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은 무패행진을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내용을 중시하는 많은 축구 팬들은 벤투호의 경기력에 우려를 표했다. 단순한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먼저 알아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감독이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결국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약점이었다. 원인을 모르고 해법을 찾을 수는 없다. 문제를 알지 못하는데 방법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0 대 1 대표팀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벤투 감독이 구자철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컵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우승 후보의 모습과는 달랐다. 오직 손흥민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손흥민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팀이라면 그건 팀이 아니다. 실력차가 확실한 팀들과 경기에서도 한국대표팀은 우승 후보로서 그 어떤 가치도 보여주지 못했다.

승리했으니 상관없다가 아니라, 승리를 해도 문제가 있다면 고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그 어떤 방법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팀이든 오직 하나의 전술로만 상대했다. 상대와 관계 없이 오직 자신이 믿는 원칙 하나에만 집착하는 감독의 미래는 어둡다.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에 오기 전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감독을 선임한 축협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트넘에서 말도 안 되는 지옥 레이스를 마치고 아시안컵에 나선 손흥민은 쉬지도 못하고 중국과 경기에 나섰다. 5, 60분 정도에 교체해도 상관없는 경기였지만, 몇 분 남기지 않고 교체한 것이 전부였다. 거의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이후 경기에서도 혹사에 시달렸다.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경기가 잘 안풀리자 답답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시즌 내내 혹사당했던 손흥민은 2019년에도 지독한 혹사에 시달렸다. 카타르와 경기에서 지친 모습이 역력했던 손흥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하지만 베스트 11을 정하고 로테이션도 없이 경기를 치르는 벤투호에 미래는 없다.

벤투호가 제대로 상대 팀을 분석해왔는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선수 구성 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외면 받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합리적인 가치가 아닌 아집이라면 감독을 바꿔야 한다. 카타르와 경기에서도 자신들은 경기를 잘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선수들이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이라 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보인 감독은 당당했다.

벤투 감독은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점유율에서 앞섰으니 잘했다는 그의 사고 체계는 결국 한국 축구를 늪으로 밀어 넣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3월부터 월드컵을 대비해 대표팀을 소집한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상태에서 괜찮은 것일까?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손에 쥐고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팬들이 우승을 하지 못해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존재감을 보인 경기가 없었다. 그나마 손흥민이 처음 출전한 중국전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경기였다. 그 외에는 그 어떤 경기에서도 우승 후보 팀으로서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 선발부터 시작해 기용, 그리고 전술 전략 등 벤투호가 보인 문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변하지 않는 축협의 문제들까지 더해지며 한국대표팀의 미래는 한없이 어둡게만 보인다. 축협을 위한 대표팀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표팀이어야 한다.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현대 축구와 동떨어진, 전략 부재 대표팀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일 수밖에 없다. 졸전에 대한 분석조차 자의적인 상태에서 긍정적 변신은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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