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에 반발해 25일부터 자유한국당이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항의는 조롱받고 말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다른 야당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간만에 정치권에서 촌철살인의 풍자가 쏟아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단식이 온 국민의 놀림거리가 된 이유는 평화당의 말대로 사실상 ‘딜레이 식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단식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끼도 굶을 일이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돌아가며 5시간 30분씩 단식을 하기로 했는데, 이는 누가 봐도 단식이 아니다. 심지어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 식사까지의 간격보다도 좁다. 이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투쟁이 아닌 투정” “릴레이 단식이 아니라 딜레이 식사” “정치가 안 되는 개그로 승부” 등의 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은 24일 오후 국회 본관 2층 이순신 장군상 옆에서 조해주 선관위원 후보자 임명강행 반대 연좌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연좌농성장에서 처음으로 농성에 들어간 한국당 이채익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을 간헐적 단식도 보통 16시간을 금식한다. 5시간 30분은 단식도 금식도 아닌, 끼니 사이의 일상적인 간격에 불과하다. 5시간 30분을 단식이라고 표현한다면 보통 사람은 최소 하루에 3번은 단식하는 셈이다. 굶지 않는 이상한 단식으로 자유한국당은 또 하나의 흑역사를 남기게 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이 조롱받는 게 이 해프닝의 핵심은 아니다. 다이어트에도 비할 수 없는 5시간 30분 단식이라는 초유의 발상에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이 숨어있다. 말장난이나 다름없는 눈가림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다. 또한 이런 터무니없는 비상식에 아무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 본질이다.

문제는 더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릴레이 단식에 앞서 2월 국회 보이콧을 미리 선언했다. 늑대소년이 따로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유한국당은 걸핏하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자유보이콧당’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다만 제대로 투쟁해본 적은 없다. 그야말로 간헐적 투쟁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에 "또?"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릴레이 단식에 ‘전면투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 정도는 되어야 투쟁이다. 하루 단식을 해도 주목받지 못할 판에 하루 5시간 30분의 단식 아닌 단식으로 조롱과 빈축만 산 자유한국당식 투쟁이다. 단식도 투쟁도 자유한국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정도 조롱과 비난을 받았으면 말도 안 되는 투쟁은 접는 것이 상식이다. 투쟁이 아닌 투정이라도 마찬가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