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이게 진짜 <라디오스타>지! (1월 23일 방송)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이들을 MBC <라디오스타> 600회 특집에 불렀어야지’. <라디오스타> 601회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인간부적’ 유노윤호와 정력왕 김원효, 6남매 아빠 박지헌, 황치열까지, 열정남이라는 키워드로 묶인 네 남자는 사소한 키워드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심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 시작 10분, 아직 첫 근황 질문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찰진 비유와 빵 터지는 멘트들이 가득했다. 김원효가 ‘정력왕’ 관련 해명을 하면서 “예전에는 내가 70%였다면 지금은 아내가 70%”라고 폭로하자, 윤종신은 “우리가 남의 부부 비율까지 알아야 하냐”며 받아쳤다. 박지헌의 6남매 나이차를 듣던 김구라는 “신차 발표하듯이 꾸준하게 낳았다”고 비유했다. 최근 늘어지는 호흡이 <라디오스타>의 문제로 지적되어왔는데 정말 스타카토처럼 딱딱 짧게 떨어지는, 미리 짜놓은 듯한 핑퐁 호흡이 돋보였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게스트가 열성적으로 에피소드를 늘어놓자, MC들도 덩달아 신나서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너무 바쁜 스케줄에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는 황치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구라는 “왔구나! 공황이 왔구나”라고 환영 아닌 환영을 했다. 황치열은 “숨이 막혀오는 순간 은행 어플을 켜고 계좌 잔고를 보자 숨통이 트였다”며 강철 멘탈을 증명했다. 이에 질세라 독극물 테러 사건으로 한동안 오렌지주스를 못 마셨던 유노윤호는 테러사건 때 마셨던 똑같은 오렌지주스 10캔을 놓고 억지로 마셨더니 점점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본인들의 트라우마를 거리낌 없이 밝히는 것은 물론, 그것마저 경쟁구도로 몰아가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네 사람 모두 서로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열정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에피소드에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얹었다. 그냥 멍 때리면서 쉬는 것을 못하는, 그러면 더 몸이 아프다는 한 사람의 말에 나머지가 모두 공감하는 순간이 적잖게 나왔다. 그래서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데도 ‘공감’이라는 표현이 정말 많이 나왔던 회차였다. 유노윤호의 공연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박지헌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빗대면서 공감한다고 표현했다.

그냥 가볍게 넘어갔어도 될 법한 사투리토크를 장장 20분이나 할애했다. 오죽했으면 김구라와 김국진이 백기를 들었을까. MC들마저 ‘녹다운’시킨 게스트들, 그래 이게 <라디오스타>지.

이 주의 Worst: 프로그램 위해 직원 뽑는 건 아니라면서요? <슈퍼인턴> (1월 24일 방송)

박진영은 Mnet <슈퍼인턴> 오프닝에서 “프로그램을 위해 직원을 뽑을 순 없다. 지금 회사가 너무 잘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회사를 객관적으로 보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진영이 마주한 인턴 후보자들은 트와이스 광팬, 해방둥이 래퍼, JYP 아티스트 골수팬 고등학생 등 주목받기 좋을 법한 인물들이었다.

Mnet 예능 프로그램 <슈퍼인턴>

첫 번째 지원자는 최고령 면접자인 해방둥이 래퍼 임원철이었다. 제작진은 임원철이 왜 ‘어르신들을 위한 래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저 10~20대를 위한 아티스트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최고령 면접자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을 이용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이 자신 분들”, “어르신들”, “기성세대” 등 인턴 면접장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표현들이 쏟아져 나오자 이걸 계속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임원철이 ‘나이 자신 분들’이라는 표현을 할 때마다 구슬픈 트로트 배경음악을 깐 이유도 그것이다.

두 번째 지원자는 입사 지원동기에 대해 “JYP 가수들을 10년 넘게 좋아했다”고 입을 뗐다. 스트레이 키즈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간 심층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세 번째 지원자인 황대용 역시 트와이스 팬이라면서 “트와이스에게 이런 것 좀 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 가수의 팬으로서 지원한 것이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직원으로서 지원한 것이 아닌 것이다.

대기실에서 면접자들도 아티스트의 사물함을 쳐다보면서 이건 누구의 사물함이다, 저걸 보니 설렌다, 누구 팬이냐는 대화를 할 뿐, 회사 지원자로서 포부나 계획은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많은 지원자들이 트와이스 팬심을 인증하면서 <슈퍼인턴>의 예능적 재미는 높였는지 모르겠지만, 면접의 본질이나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다.

Mnet 예능 프로그램 <슈퍼인턴>

결국 박진영 대표가 그렇게 강조했던 ‘본질’이 아니라, 포장지가 얼마나 독특하고 특이한지만 강조했던 면접이었다. 물론 김태준, 정종원 지원자처럼 JYP 회사 자체에 대한 분석력, 아이돌 세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력이 돋보인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슈퍼인턴>은 똑똑한 지원자보다 재밌는 지원자를 더 많이 강조하면서 인턴판 <슈퍼스타K>의 화제성을 원한 것 같았다.

박진영은 ‘노스펙 블라인드 면접’에 대해 “공정함에서 나오는 마음의 위로”를 원했다. 그러나 단순히 해방둥이 래퍼, 고등학생을 면접 대상자로 선택했다는 이유로 그 전형이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람의 신념, 열정, 분석력만을 보는 것이 공정함인데, <슈퍼인턴>은 그냥 아무나 데려다 놓으면 공정한 것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자꾸 클립영상처럼 엘리베이터 속 JYP 아티스트를 비춰주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스타가 박진영밖에 없으니 그들의 인지도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싶었던 것일까. 정말 진지하게 내공 높은 면접자들의 면접만 보여줘도 충분한데 자꾸 ‘박진영 분노유발자’라든가 해방둥이 래퍼, 엘리베이터 속 아티스트 같은 곁가지를 자꾸 보여주면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그만 가지치기를 끝내고 본질만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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