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전면 재검토 논란과 관련해 "일이 잘 되고 있지 않으면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4년 넘게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사안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박 시장은 "역사도시기본계획에 일종의 사각지대가 있었고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겠다 싶어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25일 tbs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세운상가와 주변 을지로 부분은 지금은 쇠퇴하기는 했지만 도심 산업의 생태계가 있는 곳"이라며 "물론 노후화되면 재생하는 것은 필요한데, 그 계획 속에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을지면옥, 양미옥, 이런 것들은 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이 잘 안되고 있는 부분은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3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PJ호텔에서 열린 다시ㆍ세운 프로젝트 2단계 착수발표 현장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그런데 그게(을지면옥 등) 철거 대상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저도 몰랐다"며 "자주는 못 가니까 그게 철거 대상에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이런 건 한 번 철거되면 다시 살릴 수 없는 것이라 재검토하라,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도심기본계획이라고 해서 생활 유산같은 것들이 반영되기는 했는데, 법제화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조사해보니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겠다 해서 중단을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 일대 지역의 도시재생 필요성에 공감해 사업을 진척시켰지만 노포 보존 문제는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이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24일 도시건축가 김진애 전 국회의원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박 시장의 전면 재검토 결정을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이 사업은 전임 오세훈 시장이 한 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박 시장이 2014년에 (사업 계획을)바꿔서 시행해온 것"이라며 "지금 와서 바꾸는 건 굉장히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반대를 해왔다. 그동안 그거 안듣고 도대체 뭐했느냐"면서 "마지막에 가서 이런 식으로 뒤엎어 버리는 일이 안 생기게끔 하는 게 행정에서 중요한 것이다. 이번 일은 박 시장이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 스스로 4년 넘게 추진해 온 사업으로 일부 철거까지 진척된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입장 변경은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판단 미스"라는 게 김 전 의원의 지적이다.

김 전 의원은 "박 시장의 버릇이 문제가 있다"며 "작년에도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을 살린다고 해서 마지막 철거 순간에 중단을 시켰는데 결국 보존은 못했다"고 크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옥바라지 골목은)막판이었고 이건 시작 단계다. 차이가 분명히 있다"며 "잘못된 게 발견되면 바로 시정을 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재개발 논란이 일고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 구역은 지난해 10월 관리처분인가가 나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공구상과 노포가 밀집한 이 지역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재개발 사업에 따라 을지면옥 등이 포함된 3-2구역도 철거 위기에 몰리게 되면서 노포 철거 문제가 대두됐다.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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