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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붙은 '세금폭탄 프레임'중간층 눈치보기 아닌 총체적 종합적 비전 제시 필요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1.25 10:14

올해는 총선을 앞둔 해이다.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정치권의 특정한 ‘프레임’으로 귀결되는 일이 뒤로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의 태도를 보면 이 프레임의 내용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 “좌파 정권이 선의를 내세우며 독선적인 정책을 편 결과 경제가 어려워졌고 그 피해는 서민이 보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전국 22만채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전국으로 따지면 약 9%정도, 서울만 따지면 17% 정도가 올라 2005년 관련 제도가 생긴 이후 최대폭의 인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은 벌써 중산층을 향한 세금폭탄이 될 수 있고 집 한 채 가진 것뿐인 노인들이 복지제도의 수혜를 입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이런 주장에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생긴다.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은 상대적으로 거래가 없어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된 고가 단독주택을 겨냥한 것이다. 집값이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신세계 이명희 회장 집으로 지난해 공시가격은 169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70억원이 돼 가장 큰 으로 상승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런 경우 이명희 회장이 부담해야 할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초고가주택을 보유한 초고소득층의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중산층이나 서민이 몇십억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일은 많지 않다. 전체로 따지면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표준화율은 이번에 공개된대로 인상이 된다고 해도 50% 중반대에 머무르게 된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인화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부동산 폭등의 중심축은 아파트였다. 대출규제 등 정부의 대책 덕분에 거래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면 또 ‘세금폭탄론’이 먹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보수세력의 계산일 것이다.

실제 이번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이 높은 지역을 보면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에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가 포함돼 있다. 이 지역들은 ‘마용성’ 등으로 불리며 지난해 아파트 가격 폭등을 주도한 것으로 인식돼 있다. 정부는 단독주택과는 달리 공동주택은 비교적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은 상태라면서도, 일부 시세가 급등했거나 공시가격과의 격차가 큰 고가공동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부동산 급등기에 이 지역 아파트 투자에 나섰다가 팔지 못하게 된 중산층들은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세금폭탄을 맞게 되는 것일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현행 보유세 관련 제도는 ‘참여정부 트라우마’와 보수정권의 정책 덕분에 ‘빠져나갈 구멍’이 여러 가지 설계되어 있다. 1주택자의 경우라면 보유세 부담 증가 제한 등이 직접적으로 규정돼 있다. 물론 이런 저런 수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경우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례도 중산층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지는 ‘프레임’이라는 것은 실제로 누가 세금을 더 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세금폭탄론’은 분노할 준비가 돼 있는 유권자에게 정부가 불순한 의도로 마치 ‘거위의 깃털을 뽑듯’ 세금을 더 걷어가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이런 저런 사실을 열거해 맥락을 형성하고 “당신을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든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게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발견하는 현대정치의 일반 문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국경제투어로 대전을 방문, 대전의 명물 성심당 빵집에서 튀김 소보로를 구매한 후 직원들로부터 깜짝 생일 축하 케이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맥락이 형성될 수 있다. 지자체들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한 사업 규모를 다 합쳐보면 60조를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면제 대상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 중 상당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대규모 SOC사업 등에 앞서 경제성을 검증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이다. 큰돈을 들여 도로나 철도, 공항 등을 만들었지만 아무도 이용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는 사례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필연적으로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수도권 중심으로 SOC투자가 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약점이 있다. 그래서 현행법령에서도 ‘균형발전’ 등을 근거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균형발전’ 부분에 상대적으로 배점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면제 대상 사업을 신청 받고 따로 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인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판단이 ‘균형발전’에 대한 어떤 의지보다도 고용지표 악화 등 거시경제 문제와 맞닿아있다고 본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애초 의도와는 달리 ‘세금낭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고 이 정권이 초창기에는 토건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한 걸 뒤집은 것이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세력은 이 문제를 총선에 대비한 선심성 정책이나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재정운용이라는 등의 논리로 비판하고 있는데, ‘의도’가 불순하다는 식의 이런 주장도 맥락 자체는 앞서의 지적과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인위적 경기부양’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고용지표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시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개별 사업을 추진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런 일들에 어떤 일관성 있고 종합적인 정책적 철학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거다.

공시가격 인상은 적극적인 부동산 대책이라기보다는 ‘형평성 제고’라고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는 경기부양이라기보다는 ‘균형발전’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연기금 수익률 제고’가 목적이라고 한다. 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 중간층과 보수적 유권자층의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수사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미 ‘프레임 형성’의 기초작업은 보수언론 중심으로 완성돼 있는 상태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관련 논의가 돌아가는 꼴을 볼 때 보수세력 일각의 기대대로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치명적 타격을 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지층의 정권 지지 논리의 두께가 갈수록 엷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20년을 집권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신중함이 아니라 개혁에 대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 사실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런 저런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의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는 후퇴니 속도조정이니 하며 말의 성찬으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다.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태도는 조금만 삐끗해도 ‘안이함’이 돼버릴 수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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