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건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다수 신문이 1면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소 소식을 다뤘다. 그러나 주요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1면에 이 소식을 다루지 않은 언론이 있다. 조선일보다.

24일 아침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소식이었다. 법원은 이날 새벽 1시 57분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주요 일간지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소식을 1면에서 다뤘다. 동아일보는 <질문 사절>이란 제목의 사진기사와 함께 <"수치스럽다" 영장심사 양승태 마지막 발언> 기사를 게재했고, 한겨레는 <'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1면에 <양승태 5시간 30분 구속영장심사> 사진기사를 배치하고 5면에 <"양승태 영장 여부, 사실상 전담판사 5명 합의 결정"> 기사를 배치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양승태 구속…사법역사 치욕의 날> 사진 기사에 이어 2면에 <법원 "범죄 사실 상당 부분 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 판단> 기사를 게재했다.

이처럼 여러 일간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소식을 1면에 다뤘지만, 24일자 조선일보 1면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관련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12면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식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후배판사에게 "피의자"로 불린 양승태…체육복 입고 구치소서 대기> 기사에서 "그는 대법원장에서 퇴임한 지 1년 4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왔다. 전직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법원 차원의 예우는 없었다"며 "그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통로 계단을 통해 법정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법원에서 따로 마중 나온 사람도 없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 심사가 끝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자정 무렵 영장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뒤 구치소에서 제공한 짙은 남색의 긴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유치실에서 대기했다"며 "법원은 예우 차원에서 대기 장소를 검찰청이나 인근 서초경찰서로 지정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인과 똑같이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시절 사법부와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문서를 공개했다. 당시 문서 가운데 양승태 사법부가 언론을 통해 상고법원 도입 여론을 조성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당시 가장 공을 들인 매체는 조선일보였다.(관련기사 ▶ 조선일보, 양승태 상고법원 추진 '홍보담당'?)

▲지난해 7월 31일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작성된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법원 기획조정실이 2015년 3월 작성한 <조선일보 첩보보고>에는 사회부 차장 2인, 법조전문기자 1인과 만찬을 가졌으며, 이들이 산케이 지국장 형사사건에 대한 적극 보도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2015년 4월 작성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에서는 조선일보를 통해 설문조사, 지상좌담회, 사내 칼럼 등 콘텐츠를 5월 4주부터 6월 1주까지 집중 게재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2015년 5월 작성된 <조선일보 방문 설명자료> 문건에서는 4월 문건의 내용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도입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중히 요청했다고 적혀있었다.

2015년 9월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문건에는 ▲상고심 사건의 소가 총액과 당사자 총수에 관한 기획보도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 ▲전문가 지상좌담회 ▲사내 칼럼 ▲기고문 등을 조선일보에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조선일보는 양승태 사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5월 28일자 조선일보는 1면에 <'上告법원' 논의, 國民의 입장에서 보라>, 3면에 <대법원에 年3만7000건…"기다리기 지친다, 졸속재판도 싫다"> 기사를 게재해 상고법원 도입에 힘을 실어줬다.

2015년 10월 21일에는 8면 전면에 <대법관 '월화수목금금금' 일해도 벅찬데…上告법원 표류?>, <"감기환자들 몰려 수술 못하는 격">, <법무부 난색, 변협 집행부 반대> 기사를 통해 상고법원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2015년 11월 4일에는 <의원 168명 발의한 上告법원 논의조차 않는 이유 뭔가> 사설을 게재해, 국회에 상고법원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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