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혁명에는 희생이 뒤따른다고 합니다. 금등지사는 신분제 타파와 대동세상을 꿈꾸는 정조의 혁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징검다리였습니다. 그리고 윤희에 의해 마침내 그 금등지사를 찾기까지, 잘금 4인방 중에서 재신, 선준, 용하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남장여인 윤희의 희생만이 남은 것일까요?

2010/10/27 - [skagns의 맘대로 리뷰] - 성균관 스캔들,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은?<바로가기>

그리고 결국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은 제 예상대로 성균관에서 반촌을 향해 있는 작은 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찾은 금등지사로 정조는 화성천도를 강행하고 대동세상을 만들려 했지만, 우리는 그 결과를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윤희가 계집인 것을 알게 된 하인수에 의해 과연 윤희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그렇게 찾은 금등지사가 과연 노론 견제를 위해 활용될 수 있을지, 그 마지막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집니다.

재신의 희생 -> 선준의 희생 -> 용하의 희생

종묘에 금등지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윤희의 오판은 그 대가가 너무도 컸습니다. 선준이 윤희를 구하는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해, 재신은 홍벽서로 변신하여 무모하게도 홀연 단신으로 관군 속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재신은 관군의 칼에 맞아 피를 많이 흘리고 가까스로 도망쳐, 용하의 도움으로 성균관에 돌아오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하인수와 관군은 윤희도 홍벽서도 모두 놓쳐버리게 되자, 마음이 조급해지는데요. 만에 하나라도 윤희가 종묘에서 금등지사를 찾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하인수는 장의의 직권으로 홍벽서를 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치외법권인 성균관에 관군을 들이는 초강수를 두게 됩니다. 그리고 관군을 시켜 홍벽서를 찾는 가운데, 뒤로는 성균관을 샅샅이 뒤져 금등지사를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끝내 성균관에서 금등지사는 발견되지 않고, 재신이 홍벽서임을 확신하고 있는 하인수는 관군을 데리고 홍벽서를 잡으려 동재로 갑니다. 그렇게 재신이 홍벽서임이 드러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선준은 재신을 대신하여 자신이 홍벽서임을 자처하며 관군에게 잡혀가게 됩니다.

"참. 골치 아픈 녀석들이다. 한 녀석은 어명을 어기고 홍벽서로 나서고, 또 한 녀석은 그 대신 잡혀와 과인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어. 이제 홍벽서의 진범이 잡히지 않는 한, 그대는 꼼짝없이 홍벽서가 될 수도 있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겠나? 대단한 우정이다"

다음날 재신은 뒤늦게 선준이 자신을 대신해 홍벽서의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선준이 사헌부로 이송되었다는 소리에, 재신은 사헌부의 수장인 아버지를 설득시키기 위해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대사헌은 이를 아들인 재신이 홍벽서임을 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론 일파에 의해 잃은 큰아들 영신의 복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재신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이에 재신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자신이 홍벽서임을 자수하겠다고 협박을 하며 선준을 풀어달라고 하지만, 오히려 대사헌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재신을 잡아 가두어 버리죠.

한편 용하는 하인수에 의해 치외법권인 성균관에 관군이 들어와 유생을 잡아간 것을 두고 재임(성균관 임원)의 권한으로 성균관 유생들을 데리고, 유소와 권당을 통해 그 죄를 물으려 합니다. 용하는 하인수에게 성균관에 관군을 들인 것을 사과한다면 유소의 선봉에 장의인 하인수를 세우고, 그렇지 않다면 탄핵하겠다며 유시까지 명륜당으로 와서 결정하라고 하는데요. 이에 하인수는 용하가 중인 신분에서 족보를 사서 양반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것을 밝히겠다고 협박을 하며 용하는 빠지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인수의 협박에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 겁이 난 용하는 유소와 권당을 망설이는데요. 하지만 유시가 되고 끝내 선준과 재신의 말을 져버릴 수 없었던 용하는, 하인수에게 맞서며 중인인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결국 하인수는 중인이 양반과 어울려 그것도 재임을 할 자격은 없다며 용하의 신분을 유생들에게 공개하고, 용하는 자신이 중인임을 자백하며 유소와 권당의 소임을 윤희에게 맡깁니다. 하지만 용하가 양반인 척 속여 왔던 것에 분개한 유생들은 이제 용하의 말을 따르지 않는데요. 거짓말이나 하는 용하가 주장했던 선준의 누명도 이제는 믿을 수 없다며 유소와 권당을 포기해버리고 맙니다.

"내가 자격이 없는 건 중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렇게 안 살려구. 이젠 나한테 니 협박 따윈 안 통한다고 말하는 거다. 하인수. 여긴 성균관이고 난 구용하니까"

윤희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용하를 대신해 유생들에게 유소와 권당의 이끌어내기 위해 윤희는 홀로 고군분투하는데요. 하지만 유생들은 선준이 홍벽서가 아닌 것이 확실하냐며 반신반의하면서 윤희의 설득에 망설입니다. 또한 그런 유생들에게 하인수는 자신과 맞서는 자들은 가만두지 않겠다 협박을 하고, 결국 유생들은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게 됩니다. 그렇게 윤희는 선준이 홍벽서가 아님을 증명할 무언가가 없다면, 단지 믿음만으로는 유소와 권당을 이끌어낼 명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잘 들어라 김윤식.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길을 내는 거다"

이 때 갑자기 나타난 대사성은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기연으로 전설의 무공비급을 얻게 되는 것처럼, 윤희와 용하에게 선준을 구할 묘수를 알려주는데요. 그것은 선준이 감옥에 있는데 홍벽서가 나타나게 된다면 선준의 알리바이가 증명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대사성은 재신이 홍벽서임을 모르기 때문에 가짜 홍벽서를 내세우라는 말이었는데요. 하지만 재신이 진짜 홍벽서임을 아는 윤희와 용하는 대사헌의 집에 갇혀있는 재신을 구해, 실제 홍벽서인 재신이 직접 자신의 필체와 문장으로 글을 써서 홍벽서를 뿌리고 다님에 따라 완벽하게 진짜 홍벽서의 등장을 알립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선준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든 재신과 용하, 윤희는 선준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 면회를 가는데요. 용하는 재신을 위해 옷을 갈아입겠다며 자리를 피해주고, 가는 내내 선준을 본다는 것에 들떠서 수다스러운 윤희를 바라보던 재신은 결국 윤희가 선준과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줍니다.

"김윤식. 내가 이말 한 적 있던가? 고맙다. 니가... 고맙다구"

뒤늦게 옷을 갈아입고 온 용하는 혼자 있는 재신을 보며 달래주는데요. 윤희를 두고 선준과 재신이 삼각관계인 것을 아는 용하는 바라만보는 재신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어이 혼자 보냈냐? 잊어버려라. 자꾸하면 습관... 될 거다. 바라만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인 걸로 해라"

재신의 배려로 혼자 면회를 가게 된 윤희는 감옥에 있는 선준을 보며 더욱 애절해지는데요. 그래서일까요? 긴장감과 경계심이 풀려 자신이 여인임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선준과 대화를 합니다. 그런데 마침 선준을 보기 위해 면회를 왔던 효은이 윤희의 말을 우연히 엿듣고 윤희가 계집임을 알게 되는데요. 결국 효은으로 인해 윤희가 계집이라는 사실이 하인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면서, 윤희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게 됩니다.

마지막 희생자는 윤희인가? 정조인가?

그런데 제가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정말 궁금했던 것은 바로 금등지사의 활용여부입니다. 금등지사는 그렇게 윤희에 의해 찾게 되지만, 역사 속에서는 분명 정조의 화성천도 계획은 미완의 혁명으로 남아버렸기 때문에 성균관 스캔들 역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결과론적으로 생각해볼 때 금등지사를 찾았다 하나, 그로 인해 노론을 숙청하고 화성천도를 이루지는 못한다는 말인데요. 역사에서도 정조는 급사하면서 화성천도를 이루지 못했다 알려져 있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도 정조는 통증 마취제인 앵속각을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만큼 병세가 나쁜 상태임을 보여준 적이 있지요.

그리고 20화 예고편에서 윤희가 계집인 사실을 병판이 언급하고, 정조의 분노하는 장면, 체제공이 정조에게 김윤식을 버리고 전하의 오랜 뜻을 이루라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전하의 오랜 뜻은 바로 금등지사를 통해 노론을 숙청하고 화성천도를 하는 것일 텐데요. 체제공의 말을 뒤집어 보면, 김윤식을 버리지 않으면 정조의 뜻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아마도 하인수에 의해 윤희가 계집인 것을 알게 된 병판이 이를 이용하여, 정조가 금등지사로 노론을 압박하기 전에 선수쳐서 협박한 것 같은데요.

그렇게 윤희가 정조의 혁명에 아킬레스건이 된 것은 윤희를 성균관에 넣은 것이 바로 정조이기 때문입니다. 김윤식을 버린다는 말은 죽인다는 말인데요. 김윤식을 죽이고 모든 죄를 윤희에게 뒤집어 씌워 정조가 김윤식이 계집임을 몰랐다고 발뺌하지 않는 이상, 정조는 군왕이 직접 계집을 성균관에 넣어 성균관을 문란하게 만들고 금등지사를 찾게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조는 윤희를 그냥 죽일 수도 없습니다. 정조가 바라는 대동세상은 누구나 신분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성균관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재를 계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인다는 것은, 분명 정조의 스스로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정조는 윤희를 살리고 금등지사를 공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금등지사를 통해 노론을 숙청하고 화성천도를 하여 대동세상을 꿈꾸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계집인 윤희가 성균관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그것 자체가 바로 대동세상을 향한 한발을 이미 내딛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성균관 스캔들의 마지막은 희망의 여운을 남긴 채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