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부쩍 날씨가 추워졌네요. 원래 제가 보통 집에 있을 때는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 편인데 요즘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창문부터 닫습니다. 아... 이제 우리나라도 사시사철이 뚜렷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가을이라고 느낄 수 있을만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아졌으니... 단풍놀이 갈 정도의 틈이 있기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기도 전에 금세 낙엽으로 다 떨어지고 말았겠네요. 그러니 말이 살찌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없을 듯... ^^;

10월 마지막 주 미국 박스오피스의 정상은 예상대로 <쏘우3D>가 차지했습니다. 시리즈의 완결판이 될 것으로 알려진 <쏘우3D>는 사상 최고인 제작비 2천만 불을 투자하여 제목 그대로 3D로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흥행성적은 그다지 뛰어난 수준이 아닙니다. 물론 여전히 단 며칠 만에 제작비를 초과하긴 했지만 개봉 첫 주말의 수입으로는 총 일곱 편의 시리즈 중에서 고작 <쏘우1>과 <쏘우6>만을 이겼을 뿐입니다.

3D라는 이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년 전에 개봉한 1편과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6편의 수입을 넘은 게 고작이란 점은 가히 실망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쏘우3D>는 상영극장의 3/4 및 수입의 92%가 3D 상영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관객수를 보면 1편에 이어 시리즈 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라고 하니, 이제 정말 직쏘를 은퇴시킬 때가 되긴 됐나 봅니다. (사실상 벌써 지났다고 보는 게 더 맞겠죠?)

지난주 미국 박스오피스와 비교하더라도 <쏘우3D>는 <파라노말 액티비티2>의 데뷔 성적인 약 4,100만 불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작비 대비 수입으로 따지면 그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집니다. 이것으로 <쏘우> VS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2차 대전 역시 <쏘우>의 패배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작년에도 이 두 영화는 거의 동일한 시기에 개봉을 하였다가 <쏘우6>가 무참하게 패배하는 결과를 보이고 말았었죠.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될 것인지 꽤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주일 만에 벌써 승부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당초 <쏘우3D>와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개봉예정일을 같은 날로 정하면서 정면대결을 예고했었습니다. 은근 슬쩍 돌아가기보다는 작년의 처참한 패배를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었죠. 그런데 제 기억이 맞다면 <쏘우3D>가 뒤늦게 개봉일을 일주일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표면적인 이유야 후반작업을 핑계로 들었을 수도 있고, 실제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잘한 선택인 것 같네요. 한편 감독인 케빈 그루터트는 <쏘우3D>와 <파라노말 액티비티2> 사이에 끼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었습니다. 본인은 <파라노말 액티비티2>를 원했으나 끝내 계약에 얽매여 <쏘우3D>로 가고 말았는데...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요?

<쏘우3D>의 예고편입니다. 미국 박스오피스야 어쨌든 시리즈의 결말이라니 한번 봐야겠죠? 닥터 고든의 컴백도 있고...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한 계단 하락한 2위입니다. 드랍율이 꽤 높지만 이미 제작비 3백만 불로 6,500만 불이 넘는 수입을 기록했으니 아쉬울 건 전혀 없습니다. 이러다 3편까지 제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생기게 하는군요.

이번 주에 국내에서도 개봉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신작 <레드>는 순위변동이 없이 3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와 달리 드랍율이 꽤 양호하군요. 덕분에 개봉 3주차에 이르러 제작비를 막 넘어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잭애스3D>의 활약은 <파라노말 액티비티2>보다 더 돋보입니다. 개봉과 함께 5천만 불의 수입을 올리더니 3주차에서는 1억 불을 돌파했군요. 아직도 국내개봉일이 잡혀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결국 개봉하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인빅터스>에 이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맷 데이먼이 다시 만난 <Hereafter>는 5위로 지난주보다 한 계단 하락했습니다. 순위도 순위지만 흥행성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아서 안타깝네요. 관객 평점은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Secretariat>은 순위변동 없이 여전히 선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총 수입도 제작비를 넘겼습니다.

7위는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비록 평론가들의 극찬세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흥행수입을 올리면서 어느덧 8천만 불에 근접했습니다. 참고로 오는 토,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유료 시사회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수능대목을 노리고 장장 한 달이 넘게 미뤘다가 개봉하면서 무슨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기사를 보니 참 가관이더군요.

<Life as We Know It>도 미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예상 외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쉽게 가라앉을 가벼운 오락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4주차까지 흥행수입을 차곡차곡 쌓아올려서 제작비를 넘어선 약 4,3000만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봉 7주차까지 10위권 안에서 머물고 있는 벤 애플렉의 <The Town>은 제 맘 같아서야 이제 흥행수입 1억 불을 노려봐도 좋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롱런만 한다면 영 불가능하지도 않겠네요.

10위에 오른 <컨빅션>은 모처럼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를 볼 수 있게 되어서 참으로 반가운 영화입니다. 이전까지 단 55개의 극장에서 상영 중이던 이 영화는, 개봉 3주차에 이르러 확대개봉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565개의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상승을 보여주며 단숨에 미국 박스오피스 10위로 안착했습니다.

<컨빅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티 앤은 두 명의 아들을 가진 싱글 맘으로 십수 년의 시간을 보냈고, 동생인 케네스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습니다. 이를 좌시할 수 없었던 베티는 웨이트리스로 일함과 동시에 동생을 살리고자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로 스쿨에 도전합니다.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력이야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니 이 영화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정말 연기력만 놓고 보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배우인데... 그에 비하면 이상하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힐러리 스웽크 외에 동생 역으로는 샘 록웰이 출연했으며 감독이자 배우인 토니 골드윈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컨빅션>의 예고편입니다. 재미있는 건, 후반에 보시면 <아바타>의 예고편과 동일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두 예고편에 똑같이 쓰인 곡은 정작 <아일랜드>의 사운드 트랙 중 'My name is Lincoln'입니다. 종종 이런 경우가 있죠.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