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왜 싸이인지는 무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왜 한 해 수백억의 공연 수익금을 올리는 특 A급 공연 가수인지 말입니다. 그런 싸이가 YG 패밀리와 손잡고 새로운 앨범으로 TV 음악방송에 출연하더니 기존의 틀을 무시한 유쾌한 반란을 시작했습니다.

싸이, 그대가 바로 챔피언

지난주 컴백 무대를 가졌던 싸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주 음악방송에서 자신의 진가를 모두 드러냈습니다. 엠카운트다운이 MAMA 방송을 위한 기형적 편성으로 싸이의 진가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철옹성 같은 공중파의 틀을 파괴하기 시작한 싸이의 무대는 파격이었습니다.

지난주 컴백 무대를 가진 후 나온 기사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배려'였습니다. 투애니원에 이어 싸이까지 3곡을 한 방송에서 부르는 그를 위해 사전 녹화를 해주겠다는 방송사의 배려(?)를 거부하며 던진 한 마디가 압권이었지요.

"사전 녹화는 현장감이나 생동감이 떨어진다. 라이브로 노래하면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다"

아이돌이 지배한 시대는 디지털 음악이라는 특징과 획일적인 가치 추구만이 진리로 통했습니다. 이들과 달리 싸이는 철저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시대를 관통해왔습니다. 기계음을 배제하고 최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관객들과 호흡을 하겠다는 싸이의 전략은 반갑습니다.

29일 방송되었던 '뮤직뱅크'에서 싸이는 자신의 타이틀 곡 '라잇 나우'를 부르다 객석난입을 시도했습니다. 한 번이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 기행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전략적인 선택을 한 싸이의 관객 난입은 그를 상징하는 형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정형화된 무대에서 모든 기준을 깨버린 싸이의 반란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그저 조그마한 TV 안에 귀엽고 예쁘게 생긴 아이돌이 노래를 하던 세상. 브라운관 밖에서 그들을 보던 관객 옆으로 갑자기 들어선 그는 '이상한 나라의 싸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토끼를 쫓아 간 건지 토끼가 쫓아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싸이가 보인 단순하지만 특별한 일탈은 흥겹게 다가옵니다.

30일 방송된 '쇼! 음악중심'에서도 그는 객석난입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라이브 공연의 재미를 나누려는 노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무대와 멀리 떨어진 채 카메라 뒤에서 가수들만 쫓아가던 관객들이 직접 가수의 눈과 마주하며,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하는 싸이의 모습은 과하게 비유하자면 파격을 넘어 신세계를 여는 개척자 같았습니다.

지난 '뮤직뱅크'보다 더욱 대담하고 느긋해진 싸이는 노래를 모두 마칠 때까지 객석에서 무대로 돌아오지 않은 채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동안 공중파 음악방송은 철저하게 가수만을 보여주는 형식을 추구했습니다.

사각 틀 안에서 큰 변화 없이 집으로 전송하는 형식을 싸이는 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 곁으로 들어서며 3D가 대세인 시대,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파격을 선사했습니다. 아날로그로 최첨단 3D를 기교 없이 느낄 수 있게 해준 싸이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경직된 문화와 과도한 엄숙주의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에 싸이는 자신만의 '싸이 월드'로 교점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노력이 다양한 가치들이 함께 추구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합니다.

이 기괴한 광인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면 이면에 숨겨진 자신을 돌아보고 이제는 벗어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객석난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싸이로 인해 공중파 음악방송의 틀은 이미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유쾌하고 통쾌한 반항이 이어져 새로운 가치들이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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