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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10회-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한다압축적인 성장은 있어도 압축적인 성숙은 없다
장영 기자 | 승인 2019.01.19 13:01

노동의 조건은 무언가 너무 단순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가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그 최소한의 권리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구의역에서 19세 노동자는 홀로 일을 하다 사망했다. 사회는 분노했지만 현재도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노동의 조건;
압축적인 성장은 있어도 압축적인 성숙은 없다

위험의 외주화는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외주의 외주를 통해 비정규 노동자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죽음과 부상의 위험이 높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런 위험이 일상이 되면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만 한다. 원청은 하청에게 힘든 일을 지시할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

원청은 하청 업체를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하청업체를 교체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하청업체 역시 하청의 하청을 하면서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의 삶은 척박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그저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KBS <거리의 만찬>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 -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떤 인간적 대우도 존재하지 않는다. 식사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나 여건도 없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정해진 식사 시간은 한정되었고,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에서 식사를 불러 먹어야 한다.

외부에서의 음식 반입을 회사에서 막으며 도시락을 싸와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현실이다. 노동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소지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컵라면은 그들이 최소한의 식사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의미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최소한의 식사도 할 수 없는 환경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제주 음료 회사에서 이민호 군은 홀로 일을 하다 사망했다. 현장 실습을 하러 나간 회사에서 홀로 일을 하다 사망했다. 민호 군의 가방에도 어김없이 컵라면이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생각해 대학이 아닌 일을 선택한 어린 아들은 100만 원씩 저축하고 부모님에게도 용돈을 주던 착한 아이였다.

그 착한 아이는 능숙한 직원들이 함께 근무해야 하는 그곳에서 홀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간단한 교육 후 노동 현장에 투입되어 사망하는 노동자들. 그런 죽음 앞에서도 사주는 오직 돈벌이에만 급급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오직 합의금만 생각한다.

합의금을 주고 공장을 돌리겠다는 사주는 절대 사과는 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어머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어머니의 삶은 아들의 죽음 이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KBS <거리의 만찬>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 -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

7번의 수술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은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범락 씨의 삶도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 사고를 당한 후 회사 측에서 한 조처는 개인 차량으로 속도 내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일이 전부였다. 응급차로 응급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게 하기보다 원청에서 알지 못하도록 조용하게 병원에 가라는 것이 전부였다.

김범락 씨가 사고를 당한 직후에도 공장은 여전히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故 김용균 씨가 사망한 후에도 공장은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복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 환경은 최악이다. 하지만 원청인 태안화력발전소는 무재해로 국민보험 혜택까지 받고 있다.

무재해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말이다. 원청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 사고를 당할 일도 없다. 모든 하청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노동을 하지만 그곳 직원이 아니라 사망을 해도 재해가 되지 않는다.

휴대폰 공장에서 일하다 메탄올에 노출되어 시력을 잃은 노동자 김영신 씨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었는지 모른 채 사고를 당했다. 김영신 씨만이 아니라 해당 노동을 하던 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 조치도 받지 못하고 시력을 잃었다. 알코올보다 1/3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메탄올을 사용해 벌어진 예견된 사고였다.

시력을 잃은 노동자들은 모든 삶을 잃었다. 그것도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이 왜 그런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찾아서 증명해야 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들을 처벌할 법조차 제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정치꾼들은 여전히 업주의 편에 서 있을 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는 3년 전 구의역 사고 이후 요구되었지만 국회가 거부했다. 故 김용균 씨 사망으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산안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황당하게도 크게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사업자를 보호할 뿐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니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고인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철도, 원자력 발전소, 화력 발전소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산안법 개정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다.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처벌 강화다. 하지만 국회는 사업자를 처벌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벌어져서는 안 되는 사건을 두려워해 사업자 보호에만 급급한 국회는 국민을 위한 일꾼이 아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한심한 집단일 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외면한 채 오직 사업자들의 편에만 선 국회는 존재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KBS <거리의 만찬>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 -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

노동자들은 대통령이 아닌 국회를 찾아야 한다. 노동 개혁을 하고 싶어도 이를 막는 국회의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산안법 개정에서 보여준 일부 정당의 극단적인 반 노동 정서를 알면서도 외면하면 안 된다. 그들에게 직접 압박을 가해 노동자들을 위한 법 개정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불편해하는 태안 군민들에게 분노하는 노동자. 구내식당 아주머니의 계약 해지로 식당조차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사망한 19살 고등학생의 죽음으로도 우리 사회는 변한 게 없다. 故 김용균 씨의 사망 후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 수가 1700명을 넘어섰다. 하루 4~5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사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를 비호하기 위해 여념이 없는 국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되묻고 싶다. 노동자를 위하면 공산주의로 내모는 말도 안 되는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故 이민호, 故 김용균, 구의역 사망 노동자는 남이 아니다. 언제라도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우리의 문제다. 대부분 노동자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 노동자들이 자신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외면은 아무런 해답을 낼 수 없다. 우리 역시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다음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압축적인 성장은 있어도 압축적인 성숙은 없다"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다. 하지만 그 성장의 모든 단물은 사업주의 몫이 되었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잔인한 노동 환경에 내몰려 있다. 최저임금을 현실화를 두고도 경제 몰락의 주범으로 모는 한심한 현실 속에서 노동 환경 개선은 말도 꺼내기 힘든 조건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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